[생생 생물학]알락딱새 슬피 우는 까닭은?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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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네덜란드로 날아가는 여름철새인 알락딱새. 사진 제공 이상돈 교수
아프리카에서 네덜란드로 날아가는 여름철새인 알락딱새. 사진 제공 이상돈 교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보면 아이다가 라다메스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다는 ‘꽃과 나비가 있고 새가 지저귀는 고향’의 자연을 그리며 현재 머무르고 있는 이집트에서 고향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을 표현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물종의 변화 때문에 아이다가 소원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에티오피아의 자연은 아이다가 그리는 모습과 다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온난화에 따른 지구 기온의 상승은 생태계에 대해 여러 가지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유엔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는 현재의 지구온난화 속도로 볼 때 205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1.5∼2.5도 상승하고, 이 때문에 현재 동식물의 20∼30%가 멸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자료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물의 멸종에 대한 증거는 매우 부족한데 과학자들이 위기를 너무 과장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최근 네덜란드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한 생물종의 변화를 실제로 관찰한 논문이 실렸다. 흐로닝언대 생태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보스 교수팀은 지구온난화로 참나무의 개화시기가 빨라졌으며, 참나무 잎이 일찍 자라 이를 먹고 사는 겨울나방의 애벌레가 이른 시기에 나타나게 됐다고 보고했다.

반면 아프리카에서 날아와 이 애벌레를 잡아먹는 여름철새인 알락딱새는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므로 늘 예정된 시기에 네덜란드로 온다. 그러나 애벌레가 이미 자라 버린 탓에 먹이가 없어진 알락딱새는 번식이 어려워져 개체 수가 점점 감소해 멸종 위기를 맞게 됐다.

포식자의 활동시기와 피식자의 성장시기가 어긋나는 이른바 생물종의 ‘미스매치(mismatch)’가 일어난 것이다. 이 같은 불일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물종 감소의 뚜렷한 증거로 인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이제 개별 종의 변화에서 전체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다의 소원대로 에티오피아에서 꽃과 나비가 있고 새의 지저귐이 끊임없도록 하려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lsd@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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