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발기치료제 국산-외제 힘대결 팽팽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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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일어나라, 야 일 낸다.’

‘잘 되나, 자 이제 되나.’

‘다시 사랑하세요.’

‘∼스무살 느낌….’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는 대부분 3, 4음절의 톡톡 튀는 카피로 포장된다. 소비자에게 강력한 힘과 만족스러운 지속성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한다.

최근 발기부전 치료제 ‘야일라’를 내놓은 종근당은 회사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일절 배제한 이색 광고를 선보였다. 화산이 분출하는 장면과 함께 ‘터져 오를 때, 터지는 힘을! 야일라’라는 멘트만을 내보냈다.

종근당 마케팅팀 민병복 차장은 “강력한 발기효과를 지녔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넣었다”며 “소비자에게 단기간에 제품을 인지시켜 발기부전 치료제의 후발주자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제약사에 이어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 외국산과 토종의 대결

현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미국과 독일의 거대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토종 제약사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외국계의 대표주자는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한국릴리의 시알리스,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

국내 1위인 비아그라는 경쟁제품의 지속적인 출시로 시장점유율이 2005년 3분기 56.8%에서 지난해 3분기엔 48.9%로 하락했다.

토종 브랜드로는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2005년 12월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이데나는 출시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매출액 기준 13%, 판매량 기준 20%로 높여 레비트라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다급해진 바이엘헬스케어는 올해부터 종근당과 공동마케팅을 나섰다. 레비트라에 ‘야일라’라는 자체 브랜드를 붙인 종근당은 탄탄한 영업망을 활용해 판촉에 나섰다. 종근당은 기존의 레비트라와 함께 국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약허가를 신청한 SK케미칼의 엠빅스가 시판되면 전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 5개 중 2개가 한국산이 된다. 이 밖에 중외제약도 발기부전 치료제 시판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6, 7 종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올해 1000억 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거대시장

국내 제약 산업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에 비해 규모, 경영 방식, 연구개발(R&D)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 하지만 유독 발기부전 치료제 분야에서는 화이자(미국), 릴리(미국), 바이엘(독일)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한국 남성들의 발기부전 치료에 관한 의지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치료율은 매우 낮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바이엘이 실시한 ‘바이탈 섹슈얼(건강한 성생활을 바라는 중년 남성) 조사’에서도 드러나듯 한국 남성들의 발기부전 치료에 대한 의지는 100%로 유럽 남성(75%)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실제 치료율은 10%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시장 규모는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제약사들은 발기부전이 질병으로 인정돼 보험 혜택을 받으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이다.

○ 환자마다 선호제품 달라

발기부전 치료제는 환자가 직접 약국에서 구입할 수 없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의약품과 달리 특정 브랜드에 대한 환자들의 선호도가 워낙 커 실제 처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야일라, 자이데나 등 4개 제품은 각각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발기부전 정도가 심하고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 비아그라와 야일라를 처방한다. 시알리스는 상대적으로 젊고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 많이 쓰인다.

시알리스는 복용 후 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6분. 24∼36시간 동안 약효가 지속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즐기는 약이라는 뜻에서 ‘위크앤드필(Weekend Pill)’로도 불린다.

비아그라는 복용 후 30여분이 지나야 발기되며 약효가 4∼5시간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심혈관계 계통의 환자에게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발기 강직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야일라와 레비트라는 복용 후 15분 만에 발기해 8시간 정도 약효가 유지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도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자이데나는 약효 지속시간이나 강직도 개선 효과가 기존 제품의 중간 정도이지만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임상 사례가 적어 부작용에 대한 검증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은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과 두통으로 대개 환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부작용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약을 먹기 전에 소주를 2∼3잔, 포도주를 5잔 이상 마시는 것은 곤란하다. 알코올이 성적 흥분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과식도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는 외부의 성적 자극이 있어야만 발기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만으로 70∼80%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약물로 효과가 안 난다면 주사나 수술로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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