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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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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개미’ 기부자가 낸 금액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과학 발전의 작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 위주의 거액 기부와는 다른, ‘개미’ 중심의 새로운 기부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과학계의 새로운 기부 문화를 살펴봤다.
▽나를 따르라 ‘솔선수범형’=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은 전형적인 솔선수범형 기부자. 미국 기계공학계의 석학인 서 총장은 지금도 종종 해외 강연에 초청받는다. 그는 해외 강연료 수입 전액을 KAIST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10월 360만 원을 처음 기부한 이래 12월 초 다시 120만 원의 강연료를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서 총장이 강연료 수익을 모두 학교에 내는 것은 기금 5조 원 조성을 위한 야심 찬 계획 때문. 취임 직후 KAIST 세계화를 위해 기업과 학부모에게서 기부금을 받겠다는 뜻을 밝힌 그는 학교 내에서 자발적인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원칙을 정했다.
고려대 화학과 진정일 교수도 상금 전액을 학과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진 교수는 5월 ‘제15회 수당상’ 자연과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 1억 원을 화학과에 헌납했다. 지난해 같은 과 최영상 명예교수도 1억 원을 과에 기부했다.
삼성서울병원 유신애 국제진료소장 역시 남편 김용해(화학과) 교수가 몸담고 있는 KAIST에 4000만 원을 냈다. 유 소장은 2004년에도 월급을 아껴 모은 3000만 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남편 김 교수 역시 3500만 원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부부가 조성한 1억500만 원의 기금은 해외 유명 석학 초청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 교수와 유 소장 부부는 “자식들도 그 뜻을 이어 기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 과학자인 권영덕 미국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작고한 부인을 추모하기 위해 사재를 턴 경우. 권 교수의 부인 단혜선 씨는 이화여대 생물학과 62학번 출신이다. 권 교수는 부인의 뜻을 기려 부인의 모교인 이화여대 생물학과에 5억 원을 기탁했다.
▽기특하다 내 제자, 내 후배=정명숙 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후배를 지원하는 장학금을 내놨다. 1957년 이 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화학전공 예정자 가운데 성적이 매우 뛰어난 영재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
정 명예교수가 장학금을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화여대가 개최한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윤진 씨가 입학하면서부터. 이 씨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그는 바로 장학금을 약속했다. 이 씨는 올해 4월 ‘독일화학회’지에 체내단백질 산소 전달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한 논문을 낼 정도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공대여성동창회(회장 김진애)는 올해 개교 60주년에 여성 동문 1000명 돌파를 기념하여 후배 여학생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장학금을 마련했다.
▽아들을 위하여…=연구소로는 드물게 해양연구원에 고 전재규 기금이 있다. 2003년 12월 남극 세종기지에서 활동하다 사고로 숨진 전재규 대원의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기려 보상금 1억 원을 쾌척한 것. 정부 지원을 받는 출연연구원이 외부에서 기부금을 받은 드문 경우다.
연구원 측은 전 대원의 이름을 딴 논문상을 제정해 해마다 1명을 선정하고 있다. 올해가 2회째. 또 서울대 자연대에서도 최근 ‘잘나가는’ 의대 대신 소신 있게 자연과학을 선택한 아들을 기특하게 여긴 학부모가 100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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