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주부 블로거 ‘와이프로거’ 뜬다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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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비로즈’ 현진희 씨의 요리, ‘레테’ 황혜경 씨의 인테리어 소품, ‘캐티’ 채경희 씨의 다이어트 다이어리(위로부터).사진제공 개인 블로그·랜덤하우스
‘베비로즈’ 현진희 씨의 요리, ‘레테’ 황혜경 씨의 인테리어 소품, ‘캐티’ 채경희 씨의 다이어트 다이어리(위로부터).사진제공 개인 블로그·랜덤하우스
《대한민국 사람 두세 명 중 한 명은 사이버 공간에 ‘집’을 갖고 있다. 2006년 8월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블로그 수는 700만 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수는 1800만 개다. 주부들도 블로그의 세계에 뛰어들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주부(wife)’와 ‘블로거(blogger)’를 합성한 ‘와이프로거(wifelogger)’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주부의 관심사인 요리, 인테리어, 육아 등에 관한 알짜 정보를 수두룩하게 올리고 있다. 생활 속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생동감 있게 소개하고, 방문자의 질문에 친근감 넘치는 답글로 응대를 하면서 상당한 팬을 확보하고 있는 와이프로거. 방문자가 수만 명이 넘는 스타 와이프로거들을 만나보자.》

○ 친절한 정보가 가장 큰 힘


주부 현진희(42세) 씨는 ‘베비로즈’라는 대화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와이프로거들 사이에 경쟁이 가장 치열한 요리 분야에서 도드라진 스타. 하루 방문자가 2만 명가량이다. 글의 제목이나 사진이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실렸을 때는 10만 명까지 방문자 수가 치솟기도 한다.

그는 최근 주방기기 회사와 계약해 매달 광고비를 받고 요리 사진에 로고를 넣어주고 있는데 또래 직장인의 월급만큼 수입도 쏠쏠한 편이다.

현 씨는 아토피가 심한 아이 때문에 관련 정보를 찾고자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이때 비슷한 고민을 가진 주부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하게 됐고, 여기에 자신의 요리법을 재미삼아 한두 개씩 올려 보았다. 그는 궁중 요리사로 일했던 증조 시할머니 때부터 전해 내려온 요리 비법을 혹독한 기본기 수련을 거쳐 전수받아 요리 솜씨가 남다르다.

그는 카페에 올려진 요리법을 개인 블로그로 옮기고 냉장고 안의 자투리 재료들로 만든 손쉬운 요리들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블로그에 빠진 지 4년째다. 방문자 수가 점차 늘어나 그는 ‘티끌 모아 스타’가 됐다.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운 낮 시간에 했던 부담 없는 투자 덕분에 그는 수차례 방송에 출연하게 됐고 2월 ‘베비로즈의 요리비책’이란 책도 출간했다. 현재 두 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이번 달부터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활요리 강의까지 하고 있다.

현 씨의 인기 비결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한 요리 설명. 예를 들면 ‘달군 팬에 포도씨 오일을 두르고 마늘이 쭌득하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아 주세요. 센 불에 약 30초를 조금 넘기면 적당할 겁니다’라는 식이다. 그는 요리 과정을 하나씩 큼직한 사진으로 보여 줘 요리 초보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 인테리어 와이프로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인터넷 정보를 뒤적여본 경험이 있는 주부라면 ‘레테’라는 대화명에 익숙할 것이다. 주인공은 주부 황혜경(34세) 씨. 회원수 19만 명, 하루 방문자수 4000여 명이나 되는 ‘레테의 레몬테라스’란 카페를 2년 반째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했던 황 씨는 2004년 초 결혼과 동시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테리어에 관한 블로그와 카페를 만들었다. 내 손으로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테리어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 카페 ‘레몬테라스’는 회원 수가 급속히 늘어 네이버 카페 가운데 최고 등급인 ‘숲’에 등극했다.

황 씨는 1년 전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4개월 전 리빙 포털사이트인 레몬테라스 닷컴(www.lemonterrace.com)을 열어 블로그와 카페를 함께 관리하면서 광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5월에는 ‘5만 원으로 하는 인테리어’라는 책도 펴냈는데 여성 실용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 무리하지 않는 것이 성공 비결

다이어트와 가구DIY 블로그를 운영하는 주부 채경희(39) 씨. 출산 뒤 불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인터넷과 인연을 맺었다. 사이트 덕을 톡톡히 본 채 씨는 무려 31kg을 감량했고,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에 빠지지 않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비법을 소개하면서 마음을 다져 먹었다.

2005년 1월 문을 연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 700여 명이나 이곳을 찾는다. 방송이나 잡지도 채 씨의 다이어트 성공기를 여러 번 소개했다.

채 씨는 손재주가 좋아 직접 만든 가구에 관한 정보도 짬짬이 올리기 시작해 이제는 다이어트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반응이 좋고 가구를 구입하겠다는 방문자도 많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그는 좀 더 준비해 앞으로 블로그를 기반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코디네이터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루 1시간 정도만 블로그에 머문다는 채 씨는 “주부들이 처음 블로그를 만들면 쉽게 빠져 생활이 흔들릴 만큼 몰두하다 금방 지친다”면서 “수많은 블로그가 있지만 개설 초기에만 활발하고 곧 시들해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무리하지 않고 한결같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주 사외기자 yamu72@lycos.co.kr

▼‘와이프로거’ 블로그 운영 10계명▼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블로그를 갖고 있는 28만여 명의 주부 가운데 ‘와이프로거’는 아직 소수다. 하지만 그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한다.

연구원 측은 ‘와이프로거’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중소업체 ‘컨벡스 코리아’를 소개했다. 이 업체는 소형화된 미니 오븐을 출시하면서 ‘나물이네’로 알려진 김용환 씨의 블로그와 와이프로거인 ‘둥이맘’ 문성실 씨의 미니 오븐 요리책으로 제품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각종 블로그에서 생활정보나 제품정보를 찾는 주부들은 2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시장이 있기 때문에 블로그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다.

스타 ‘와이프로거’로 거듭나기 위한 블로그 운영 10계명을 알아보자.

[1]▽블로그를 즐겨라=초반에 너무 시간이나 노력을 쏟으면 쉽게 지쳐 버린다. ‘가늘고 길게’ 전략으로 거북이처럼 블로그를 관리해라.

[2]▽가족을 후원자로 만들어라=블로그에 빠져 주부 역할을 소홀히 하면 가족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웠을 때 집중적으로 관리해라.

[3]▽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라=직접 해본 요리, 내 손으로 만든 가구, 다리품 팔아 찾아간 맛집 등 경험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글에 올리는 게 좋다. 짜깁기한 정보는 의미가 없다. 일주일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된 것을 올린다면 방문자 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4]▽내 머리만으로는 부족하다=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나 관련 잡지를 탐독하고 카페도 뒤지며 친구들이 귀찮다고 여길 만큼 물어서 아이디어를 구해라.

[5]▽딱딱한 정보는 질색=그렇다고 주변 얘기와 정보가 뒤죽박죽 섞이면 안 된다.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에선 정보 80%, 주변 얘기 20%로 말랑말랑하게 구성해라. 스타 와이프로거들의 블로그를 읽어 보라.

[6]▽사진으로 보여 줘라=구구절절 글로만 쓰면 방문자가 금방 달아난다. 나중에 책을 낼 수도 있으니, 사진을 정성껏 찍어 올리자.

[7]▽감당할 만큼만 만들어라=처음 시작할 때는 게시판을 2∼3개로 시작해도 된다. 너무 많은 게시판을 만들어 업데이트가 늦어지면 속빈 강정처럼 보인다.

[8]▽첫 화면의 디자인에 신경 써라=화려하고 요란하면 안 된다. 느낌이 강한 글과 이미지를 깔끔하게 보여 줘라.

[9]▽댓글은 필수=답방(방문자의 블로그를 방문해 주는 것)을 하면 가장 좋으나, 구수하고 친절한 댓글만으로도 방문자들의 충성도는 높아진다.

[10]▽끈끈한 삶의 이야기를 넣어라=정보만 가득한 블로그는 2% 부족하다. 아이들 얘기는 필수, 남편과 시댁 얘기는 선택이다. 생활 속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는 양념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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