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도 저 사이트도 낯 뜨거운 동영상… ‘음란 포털’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이모(45·여) 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월드컵 관련 동영상을 검색하다가 낯이 붉어졌다.

‘길거리 응원’을 알아보기 위해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길거리’란 단어를 입력하자 ‘길거리 성추행’ ‘길거리 페티시’ 등 낯 뜨거운 음란 동영상이 대거 올라왔기 때문. ‘응원’이란 단어를 입력해도 ‘누드 응원’ ‘응원하다 스트립 쇼’ 등 성인물이 여과 없이 검색됐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가 ‘음란물 동영상 천국’으로 변해 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누리꾼들이 포털사이트를 ‘음란물 유통의 근거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

본보가 18일 입수한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포털사이트에서의 음란물 유통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의 동영상 음란물 등 유해정보 적발 건수는 올해 1월 4304건에서 4월 1만2495건으로 2.9배로 늘어났다. 포털사이트들이 동영상 업로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윤리위가 4월부터 집중 단속을 벌이자 적발 건수가 급증했다.

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적발 건수 중 80% 이상이 포털사이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가 시정조치를 요구한 건수도 지난해 1∼4월 698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201건으로 17.4% 늘었다.

포털사이트 등에 음란물 동영상을 올렸다가 ‘이용 해지’ 조치를 당한 유포자도 1월 807명에서 4월에는 1128명으로 늘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283 명)과 비교하면 무려 4배로 급증했다.

특히 음란 동영상 등록에 대해 포털업체들이 기술적인 한계를 이유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점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업체 관계자는 “외설 사진이나 소설은 특정 단어가 제목에서 검색되면 차단시킬 수 있지만 동영상은 불가능하다”며 “별도 인력을 배정해 찾아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하루 최고 2000건의 음란물 동영상이 발견돼 업무량이 평소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이용자 처벌로는 한계가 있어 포털업체에 강한 책임을 묻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현재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윤리를 강화하는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체 모니터 요원을 의무적으로 두고 여러 차례 음란물이 적발되면 관련 서비스를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포털 관련 법안을 발의해 온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범죄 해방구’로 바뀌어 가고 있다”며 “포털업체들이 책임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