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걸리면 ‘끝장’…정치인 과거추태, 인터넷서 돌고 돌고

  • 입력 2005년 6월 18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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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난 여름 술 먹고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골프장 맥주병 투척사건’을 계기로 일명 ‘국회의원들의 술자리 추태 시리즈’가 다시 한번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주사(酒邪)파’ 의원으로 분류되는 A의원의 파출소 난동사건, B의원의 사법연수원생 시절 노상방뇨 사건, 386의원들의 광주 룸싸롱 사건 등등.

인터넷 검색기능이 강화되면서 정치인들이 과거에 저지른 한 번(?)의 ‘술자리 추태’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 것.

누리꾼들은 검색엔진을 전부 뒤져 과거 기사를 찾아낸 뒤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무차별로 옮기고 있다.

이미 여론의 지탄을 받는 등 톡톡히 죄 값은 치른 일이지만, 한번 인터넷에 오른 사건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로 인터넷 역사에 기록된다.

▽A의원 검사시절 만취해 파출소서 행패▽

1991년 5월 동아일보 보도가 그것. 당시 30대 검사였던 A의원은 만취해 춘천시 주택가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났다. 우여곡절 끝에 파출소로 연행된 A의원은 “경찰서장과 국장을 불러 달라”고 소리쳤다. A의원은 당직 경관에게 “앉아 일어서”를 시키는 등 행패를 부리다가 연락을 받고 나온 수사과장의 설득으로 귀가했다고 한다.

또 1998년 전주지검으로 옮겨간 A의원이 사소한 시비 끝에 전북지사 비서실장의 이마를 술병으로 내리쳐 눈썹 주위에 6㎝가량의 상처를 입혔다는 기사 역시 인터넷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야당 소장파 B의원의 ‘잊고 싶은 무단방뇨’▽

‘차세대 대권주자’로 거론될 만큼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야당 소장파 B의원. 하지만 다른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 반대파들은 ‘B의원의 정치 데뷔 전 추태’라는 제목으로 1993년 9월 모 일간지에 보도됐던 사건을 인터넷에 올렸다.

당시 사법연수원생 신분이던 B의원은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취기가 오르자 무단방뇨를 했다. B의원 등은 또 이를 나무라는 주민의 얼굴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파출소에 연행돼서도 “사법연수원생을 우습게 보느냐”며 기물을 부수며 30여 분간 소란을 피웠다고.

기사가 하도 인터넷에서 떠돌자 B의원은 한때 “그 당시 노상 방뇨한 사실이 없었는데 가게 주인이 오해를 했고, 파출소에서도 경찰이 후배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거칠게 대해 항의를 했던 것”이라며 일일이 해명하기도 했다.

▽386의원들 광주 룸싸롱 사건도 매번 화제▽

‘통일의 꽃’ 임수경 씨가 2000년 봄에 인터넷에 올렸다가 기사화돼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386의원들 광주 룸싸롱’사건도 여전히 화제다.

내용인즉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던 국회의원 및 운동권 선후배들이 한 룸싸롱에서 음주가무에 시중드는 여자까지 끼고 한판 놀았다는 것.

사건의 주인공 가운데는 현역 국회의원도 여럿 있었는데, 이른바 여당의 ‘난닝구’ 계열에 속하는 의원들.

얼마 전 17대 국회에 첫 입성한 C의원이 ‘유시민 때리기’를 하자, 유 의원의 지지자들은 2000년 당시 C의원이 광주 룸싸롱에서 임수경 씨에게 “이 기집애, 저 기집애, 이 X, 저 X”이라고 상소리를 퍼부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또 386대표주자인 D의원은 최근 누리꾼들에게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해 문제가 된 경우. 누리꾼들은 다시금 D의원도 참석했던 ‘광주 룸싸롱’ 기사를 끄집어 내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해당 의원들 “현재가 중요”▽

이에 대해 C의원은 “누리꾼들이 젊은 시절 한 때 실수를 가지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퇴하라’고 한다”며 “충분히 사과와 반성을 했고 그 후에도 매사 조심했다. 그런 노력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의원은 “그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피했고, 그의 한 측근은 “연좌제도 아니고, 다 지난 일인데 새삼스럽게 끄집어 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과거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어떻다는 점을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선제(成善濟) 영산대 법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정도 되는 분들이라면 과거 술 먹고 벌인 행동이라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언제든지 대중에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부시 대통령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까지 드러난 적이 있다”며 “공인이 공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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