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 해킹에 처음 뚫렸다…거액 빼네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은행 인터넷뱅킹 시스템이 해킹당해 거액의 예금이 도난당한 사건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서울지방경찰청의 합동 조사결과 국내 은행 2곳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은행 계좌에서 5000만 원을 인출해 간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이모(20) 씨와 이 씨의 동거녀 김모(19) 씨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 씨에게 통장을 만들어 준 이 씨의 동생(17)과 친구 김모(17) 군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를 중퇴한 이 씨는 지난달 초 강원 춘천시의 한 PC방에서 유명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재테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이 글을 클릭한 김모(42·여) 씨의 컴퓨터를 해킹했다.

자신의 글을 읽은 김 씨의 컴퓨터에 ‘넷 데블(net devil)’이란 해킹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치되도록 한 것. ‘넷 데블’은 상대방 컴퓨터의 자판 입력 내용을 자신의 컴퓨터에 그대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으로 외국 인터넷사이트나 P2P(Peer to Peer·개인 간 파일 공유)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국내 2개 은행의 인터넷뱅킹 시스템이 고객의 자판 입력 내용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5일까지 시스템을 보완하도록 지시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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