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줄기세포로 난자-정자 만든다?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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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팀이 난치병 환자의 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하자 일반인에게도 ‘줄기세포’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줄기세포의 용도는 ‘이식’이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 세포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손상 부위에 이식하면 건강한 세포가 자라나 병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일반인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응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바로 줄기세포를 난자와 정자로 분화시키는 일이다. 나의 줄기세포로 난자와 정자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황 교수는 영국에서 연구성과 발표회를 마친 후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인공난자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美연구팀, 쥐 인공난자 실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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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크게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와 이를 제외한 체세포로 구분된다. 이들간 가장 큰 차이는 염색체(유전자)의 형태다. 우리 몸의 체세포 염색체(2n)는 아버지의 정자(1n)와 어머니의 난자(1n)가 수정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피부세포끼리 아무리 결합시켜봐야(4n) 생명체는 탄생할 수 없다. 줄기세포도 체세포의 일종이라 염색체가 2n이다. 그렇다면 줄기세포가 난자로 바뀔 수는 없는 법.

하지만 2003년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의학과 한스 숄러 박사팀은 생쥐의 줄기세포를 난자로 전환시키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사이언스’에 연구성과를 게재했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줄기세포를 뭉치게 한 후 특정 호르몬과 성장인자를 처리하면 흥미롭게도 난자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의 크기는 보통 5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난자는 이보다 20배 큰 100μm이기 때문에 줄기세포끼리 ‘뭉치게’ 하는 일이 필수다. 다만 ‘사이언스’ 논문에는 이 인공난자의 염색체가 n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황 교수팀이 인공난자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윤리문제 때문이다. 이번 실험에서 18명의 여성으로부터 185개의 난자를 얻었다. 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환자의 복부 세포를 융합(복제)해 11종류의 줄기세포를 얻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242개 난자에서 1종류의 줄기세포를 얻은 것에 비해 성공률을 15배 정도 높였다.

하지만 여성에게 호르몬제를 투여해 과배란을 유도함으로써 난자를 얻었기 때문에 여성에게 후유증이 우려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부담을 없애기 위해 인공난자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 만일 실험에 성공한다면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한 ‘최초’의 성과를 내는 셈이다.

○ 인공정자 만들땐 윤리문제 심각

문제는 인공난자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면 새로운 윤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인공정자’다.

박 소장은 “몇년 전부터 일본 연구팀이 생쥐의 인공정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학계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초창기에 관여하는 ‘뼈형성 촉진 유전자(BMP4)’ 등을 줄기세포에 주입하자 정자로 바뀌더라는 것.

만일 인공난자와 인공정자를 결합시키면 ‘인공수정란’이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생쥐의 경우 줄기세포만으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길이 열려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사람의 줄기세포로 난자나 정자를 만든 사례는 없다. 설령 실험에 성공했다 해도 인류는 난치병 치료 연구용으로 사용할 뿐 이들을 수정시켜 생명체를 탄생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생명공학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현상을 끝없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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