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암에 이어 사망률 높은 심혈관 질환 연구 현장

  • 입력 2005년 5월 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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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에 걸린 동맥의 CT사진
동맥경화증에 걸린 동맥의 CT사진
《전 세계에서 2초마다 한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당장 증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은밀하게 진행되어 더욱 치명적인 이 병은 동맥경화에서 비롯되는 심혈관 질환.

4월 2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75회 유럽동맥경화학회는 동맥경화증을 ‘선진국의 전염병 (epidemic of the developed country)’ 으로 규정하고 예방과 치료방법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지구상에서 동맥경화로 인한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670만 명에 이르며 국내에서도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국내 사망률 1위는 암(25.9%)이다. 하지만 2위인 뇌혈관 질환(14.8%), 3위인 심장 질환(7%), 4위 당뇨병(4.9%), 9위인 고혈압(2.1%) 등 심혈관의 문제로 사망하는 질병을 합하면 암보다 높다.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백상홍 교수는 “심혈관 질환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여 생기는 동맥경화에서 비롯된다”면서 “지방질을 포함한 칼로리 섭취가 증가해 비만이 늘어나고 혈중지질의 농도가 상승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이 혈액 내에 많아지면 동맥 내벽에 기름기가 끼어 혈관 벽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혈관이 좁아져 인체의 중요 장기가 필요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중풍, 사지마비 등이 뒤따른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의 가장 큰 요인. 고혈압과 당뇨, 흡연, 비만, 노화(남자 45세 이후, 여자 55세 이후), 가족력 등도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유럽동맥경화학회에서는 동맥경화 치료제인 스타틴 제제의 효능에 대한 다양한 비교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라하=김희경 기자

이번 학회에서는 몸속 콜레스테롤의 80%가 만들어지는 공장인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약물인 스타틴 제제의 기능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동맥 내벽의 지방성 침전물(플라크)의 구성에 스타틴 제제가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 발표한 토머스 하쓰카미 교수(미국 워싱턴대)는 “플라크 중에서도 지질핵을 많이 포함할수록 심장마비와 뇌중풍의 위험이 더 높아진다”면서 “스타틴 제제 중에서도 플라크 자체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플라크 안에서 지질성 부위를 감소시키는 기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스타틴 계열 약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 화이자의 ‘리피토’, MSD의 ‘조코’, BMS의 ‘메바로친’ 등이 있다.

백 교수는 “기름진 음식과 짠 음식을 피하고 금연, 당뇨 관리를 철저히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라하=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시드니 심장硏 바터 소장 인터뷰▼

유럽동맥경화학회에서 만난 호주 시드니 심장연구소 소장 필립 바터 박사(국제동맥경화학회 이사·사진)는 “현대판 ‘전염병’이라 할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치료하기 위한 스타틴 제제의 기능도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스타틴 제제의 기능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로수바스타틴(성분명) 10mg과 아토바스타틴(성분명) 20mg을 각각 504명, 492명에게 투여하고 6주 후 관찰한 결과 로수바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45% 줄였고, 아토바스타틴은 43% 줄였다. 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의 증가율은 로수바스타틴 6.4%, 아토바스타틴 3.1%로 나타났다.

바터 박사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임상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타틴 제제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그는 “최근 미국에서도 스타틴계 약물의 부작용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환자에게 공정한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소개했다.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한 시민단체가 로수바스타틴을 사용한 치료제의 시장 철수 청원을 제기한 데 대해 ‘다른 스타틴 제제에 비해 위험하다고 판단할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기각했다.

바터 박사는 “모든 약물이 그렇듯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스타틴 제제가 아스피린보다 50배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프라하=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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