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위해" 英 '맞춤 아기' 임신성공

  • 입력 2004년 11월 30일 01시 22분


영국에서 첫 ‘맞춤 아기(designer baby)’가 태어날 전망이다.

치명적 희귀병을 앓고 있는 형을 위해 영국 최초의 맞춤 아기가 시험관 수정을 거친 뒤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옮겨져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영국의 ITV가 29일 보도했다.

ITV는 이날 북아일랜드에 사는 줄리, 조 플레처 부부는 유전자진단법(PGD)을 통해 ‘다이아몬드 블랙 팬 빈혈(DBA)’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첫째아들 조슈아(2)와 조직이 일치하는 한편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배아를 골라 ‘구세주 남동생(saviour siblings)’을 임신했다고 전했다.

DBA는 스스로 적혈구를 생산하지 못해 3주에 한 번씩 수혈을 받아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혈액질환으로 건강한 혈액 줄기세포를 이식받지 못하면 30세 이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구세주 맞춤 아기는 형과 조직이 일치할 확률이 98%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레처 부부는 영국의 의료윤리감독기구인 임신배아위원회(HFEA)가 9월 ‘맞춤아기를 이용한 유전질환 치료를 허용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이번 시술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생명윤리단체들로부터 맞춤 아기를 얻으려고 신과 자연의 섭리를 위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생명윤리단체들은 특히 치료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체리를 고르듯’ 원하는 유전자를 지닌 아기를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면 결국 지능이나 체력, 외모 등을 염두에 둔 맞춤 아기 시대가 오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맞춤 아기 시술은 시험관 수정 후 3일이 지난 배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거친 뒤,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없는 배아를 가려내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배아의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치병에 걸린 형제나 자매를 치료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플레처 부부 이외에 대장암 발인 유전자를 가진 영국인 부모 4쌍이 HFEA로부터 맞춤 아기 시술을 허가받았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