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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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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에 외딴 등대 같은 과학기지 주변 해역에는 4m 높이의 파도가 일었다. 하지만 평상시의 6∼7m 파도에 비하면 잔잔한 편이라는 게 과학기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태풍 때는 16m나 되는 파도가 덮친다.
해양과학기지에는 올해 여름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해수면에서 8m 높이에 있는 길이 2m가량의 철제 난간이 사라졌고, 단단히 고정돼 있던 발판도 부서졌다. 하지만 각종 기상관측장비나 위성통신안테나는 별 이상이 없었다.
지난해 6월 완공된 해양과학기지는 올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6월 말부터 연속해서 북상한 ‘민들레’ ‘메기’ 등 4개의 태풍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무궁화위성 2호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상청에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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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에서는 44종 108개의 최첨단 관측장비를 통해 기온 수온 풍향 풍속 파고 해류 염분농도 강우량 생물자원 등의 자료를 기상청과 경기 안산시 한국해양연구원으로 전송한다.
한국해양연구원 심재설(沈載卨·46) 책임연구원은 “기지에서 보낸 관측자료 덕에 태풍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태풍의 길목에 있는 세계 유일의 해양과학기지이기에 생생한 기상 및 해양자료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뿐만 아니라 중국 싼샤(三峽)댐 준공에 따른 염분농도와 생태계 변화를 조사해 미국과 중국에서 공동 연구 제의가 들어오고 있을 정도.
기지는 해경의 수색 및 구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기지의 무인 등대는 연간 25만척의 선박에 밤길을 밝혀주고 있다.
기지는 평상시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해양연구원은 위성을 통해 기지를 원격 조종하고 시스템 점검 등이 필요할 때에만 연구원이 현지에 머무는 것. 연구원 8명이 외부 지원 없이 2주간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며 인터넷과 e메일은 물론 위성방송 청취도 가능하다.
첨단장비 도난 방지를 위해 무단 침입자가 있을 경우 적외선 센서가 감지해 경고방송을 하고 상층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이 자동으로 폐쇄된다. 비상 발전시설이 있지만 언제든지 전기 공급이 끊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수시로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데도 연간 6억∼7억원이 든다.
해양과학연구원은 규모로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보다 작지만 2007년 전남 소흑산도, 2010년 독도에 각각 해양과학기지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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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남서쪽 149km 떨어진 수중암초인 이어도(제주 사람들의 ‘상상의 섬’)에 세워져 있다. 과학기지의 철 구조물은 40m가 바다에 잠겨 있고 36m는 바다 위에 솟아있다. 전체 무게는 3400t. 최소한 50년 동안 25m의 파고와 초속 60m의 태풍에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졌다. 이 기지는 기상관측과 해양자원을 연구할 목적으로 8년간의 공사 끝에 만들어졌다. 계획과 설계는 한국해양연구원이 맡았고 해양수산부가 212억원을 지원했다.
이어도(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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