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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0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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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 다비-수루 지역에서 초고압 광물인 다이아몬드와 고압 암석인 에클로자이트가 발견됨으로써 이 지역을 경계로 남중국판과 북중국판 두 개의 대륙이 충돌하면서 중국 대륙이 만들어졌다는 이론이 확립됐다.
국내 지질학자들은 다비-수루 충돌대가 산둥반도 근처를 지나가기 때문에 위도가 비슷한 임진강대가 한반도의 충돌 경계선일 것으로 생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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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대 조문섭 교수, 연세대 권성택 교수 등은 1994년 임진강대의 남쪽 연천 일대에서 에클로자이트는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고압광물인 석류석과 각섬암을 발견해 ‘임진강대’가 남북 충돌의 경계선이라는 학설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임진강대가 아니라 경기육괴(땅덩어리)에 속하는 충남 청양군에서 에클로자이트의 생성 증거가 나옴으로써 충돌 경계선이 임진강이 아닌 충청도 청양과 홍성 일대를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북대 오창환 교수, 고려대 최선규 교수, 중부대 송석환 교수 등 3명의 지질학자는 25, 26일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공주대에서 ‘동아시아의 지구조운동’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오 교수는 “이번에 에클로자이트의 생성 증거가 발견된 청양과 홍성 일대는 1978년 진도 5의 홍성 지진이 일어나 집이 100채 이상 부서진 곳”이라며 “약 2억년 전 두 대륙이 충돌해 하나의 땅이 되기는 했지만 충돌 부위가 아직도 연약해 이 근처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고압 암석을 찾아다녔던 오 교수가 이번에 발견한 것은 에클로자이트가 변성돼 만들어진 암석으로, 이 암석 안에는 에클로자이트의 구성 광물인 석류석과 옴파사이트가 들어있다. 석류석은 강도가 높은 결정이어서 보석이나 연마제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오 교수는 “이 에클로자이트는 두 대륙의 충돌 때 지하 50∼60㎞에서 섭씨 800도, 1만5000∼1만7000기압의 고온 고압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뒤 변성작용을 받으면서 지상으로 서서히 올라와 지표면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으로 분석한 결과 밝혀진 이 암석의 생성 시기는 2억2500만년 전. 이는 중국의 다비-수루 충돌대에서 발견되는 초고압광물의 생성 연대(2억800만∼2억4500만년 전)와 일치했다.
그동안 ‘임진강대’를 충돌 경계선으로 주장해온 서울대 조 교수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에클로자이트가 나온 충남 청양군 바로 옆인 홍성군에서 2억3000만년 전의 각섬암 등 고압 광물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조 교수는 “이번에 오 교수팀이 에클로자이트의 구성 광물인 옴파사이트를 처음 발견함으로써 한반도의 대륙 충돌대가 임진강대뿐 아니라 충남 청양-홍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현재 대륙들은 흩어져 있지만 2억∼3억년 주기로 판게아 같은 하나의 대륙으로 합쳐졌다가 다시 분열하기를 거듭해왔다”며 “북중국과 남중국 대륙판이 해양지각판의 판구조운동에 따라 다시 합쳐지면서 한반도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임진강대를 경계로 남북 두 대륙이 충돌하면서 합쳐져 만들어졌다는 학설이 나오자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영구분단 음모”라고 비난을 하기도 했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