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따라잡기] 전자혀-전자코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24분


가짜 양주가 판을 치고 값싼 중국산 인삼이 국산으로 둔갑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포도주 감별사와 같은 미각을 갖고 있다면 몰라도 일반인들로서는 가짜를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자혀’ ‘전자코’다.

최근 국내 한 벤처기업이 가짜 양주를 판별해내는 휴대용 전자 맛 분석시스템을 개발해내 화제가 됐다. 전자혀의 원리는 산성도를 측정하는 pH센서와 유사하다. 산성도는 수소이온의 농도에 비례한다. pH센서는 수소이온의 농도에 따라 전위가 달라지는 전극으로 산성도를 측정한다. 마찬가지로 전자혀에는 칼륨 칼슘 나트륨 염소 탄산염 질산염 등 식품에 들어있는 각종 물질들에 반응하는 20가지의 센서가 들어 있다. 각각의 센서에서 나온 신호는 좌표상의 점으로 표시되므로, 이 점들이 나타내는 패턴을 분석해 맛을 구별하게 된다.

전자혀를 개발한 맥사이언스의 김종학 이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스키 20종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2분 내에 가짜인지를 판별해낼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최근 문제가 된 가짜 휘발유도 가려낼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이 맛을 느끼는 데에는 냄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게맛살에는 게살대신 게향(香)이 맛을 느끼게 한다. 인삼연초연구원 손현주 박사는 전자코를 도입해 국산 인삼과 중국산 인삼을 가려내는데 이용하고 있다. 전자코에는 냄새를 일으키는 휘발성 분자와 반응하는 12가지 금속산화물 센서들이 들어 있다. 전자코가 인삼향을 맡으면 중국과 국산 인삼향이 좌표상에 확연히 다른 패턴으로 나타난다.

전자코는 사람에게 유해한 가스를 탐지하거나 미생물이 내는 특이한 휘발성 물질로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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