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e메일 주소가 팔린다… 암거래 성행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13분


e메일 주소가 대량으로 밀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밀거래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섹스 사이트 등 각종 불건전 사이트 홍보를 위한 ‘스팸 메일’에 악용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현행법에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처벌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정부 차원의 개인 정보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0만개에 20만원, 500만개에 50만원〓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올 7월까지 한 건도 없었던 e메일 데이터 판매에 관한 신고 상담 건수가 8월 3건, 9월 5건, 10월 7건, 11월 15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까지 ‘e메일 100만개에 20만원, 500만개 50만원, 1000만개 100만원에 팝니다’라는 광고 메일이 심심찮게 들어올 정도.

특별한 기술 없이도 추출 프로그램만 있으면 e메일을 데이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문 판매업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태다.

올 초부터 e메일 데이터 판매를 시작했다는 김모씨(46)는 “아르바이트 학생을 고용해 메일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매해 월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전문 판매업자만도 수백명에 이르고 최근에는 어린 학생까지 메일 주소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e메일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이 현재 6000여개에서 2년 후에는 1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팸 메일 발송에 악용〓e메일 암거래상을 통해 팔려나간 메일 주소는 인터넷 업체, 특히 메일을 통해 불법 CD롬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인터넷 상거래 업체에 제공된다.

회사원 안모씨(31)는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하루 70∼80통의 스팸 메일을 받고 있다”며 “가뜩이나 스팸 메일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메일 주소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자가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e메일 마케팅 업체도 피해자. 한 광고메일서비스업체 과장은 “최근 불건전 업체들이 e메일 정보를 마구잡이로 스팸 메일 발송에 악용함에 따라 정상적인 광고 메일까지 스팸 메일로 취급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벌 규정 전무〓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업체가 회원의 동의없이 e메일 데이터를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소비자센터 홍인수(洪仁洙) 차장은 “e메일 데이터 판매 행위는 이용자의 동의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며 “사이버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인정보 침해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보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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