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러나 서울 언북중학교 영어담당 송형호(41)교사는 3년째 칠판을 쓰지 않고 있다. ‘주번’의 임무도 바뀌었다. 분필 대신 마이크를 준비해 컴퓨터에 연결해야 한다. 수업은 인터넷 되는 PC와 40인치급 TV모니터를 통해 이뤄진다.
“눈높이교육은 눈을 ‘낮추는’것이 아닙니다. 멀티미디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아이들이 뛰어나요. 학생에 맞게 눈을 높여야만 합니다.”
2학기 첫 단원은 ‘식사 예절’(테이블 매너). 송 교사는 그 단원의 영어단어로 학생들 각자가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퀴즈를 만들어 교과홈페이지에 올리는 방학숙제를 냈었다.
“한글프로그램의 ‘표만들기’를 이용하죠. 각 포털의 사전서비스에서 힌트를 만들면 되고요. MSN 사전에는 음성으로 단어를 읽어주는 서비스도 있고 음악을 넣는 것도 어렵지 않죠. ‘airplane’이라는 단어를 맞추면 발음이 들리고 이어서 비행기소리가 난다든가….”
학생들이 직접 퀴즈를 만들게 하면 한학기 내내 단어 외는 숙제는 낼 필요가 없다.
“가로세로에 단어들이 이어지도록 만드는게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자기도 모르는새 단어를 수십번 수백번 되뇌니 외워질 수 밖에요.”
‘우아한 식탁’이 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찾고 테이블매너와 관련된 영문사이트를 링크시키는 등 2학기 수업준비는 마무리가 돼간다.
송 교사는 3년간 익힌 멀티활용수업의 노하우를 교사커뮤니티이자 교육사이트인 ‘즐거운학교’에 올렸고 지난주 즐거운학교에서 주관의 교사대상 ‘정보화기기 활용수업’ 연수에서 40인치모니터와 인터넷활용법을 강의했다.
“연수온 교사들 중 40인치모니터를 활용하는 사람은 4분의1도 안돼요. 쉬는시간에 아이들이 TV를 망가뜨릴까봐 아예 잠가두거든요.”
그는 ‘교과교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사가 전담하는 교실이 있고 수업시간마다 아이들이 들어오는 식. 3년전 IMF때 원어민 영어교사를 돌려보내게 돼 영어학습실을 송씨가 교과교실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고 서버관리 등 아웃소싱해도 되는 부담까지 교사들이 떠맡아는 것도 멀티미디어 수업을 가로막는 ‘벽’.
“지식경영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시험문제의 데이터베이스도 갖지 않은 교사들이 많아요. 같은 과목교사끼리 시험문제나 수업자료 공유도 잘 안이뤄지죠. ‘네트워크’ 시대에 교사도 개별적으로 동떨어져서는 경쟁력이 없어요.”
즐거운학교사이트(www.njoyschool.net)는 모든 게시판에 있는 ‘40인치로 보기’메뉴, 음성 영상삽입 기능, 사이버학급 구성기능 등을 제공해 멀티미디어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3년전 첫수업은 실패였어요. 멀티미디어 교재를 만들었는데 ‘시청률’이 바닥인 거에요. TV는 왼쪽끝에 있고 컴퓨터는 오른쪽끝에 있으니까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며 수업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긴 연결잭을 사 키보드를 TV옆에 두고 아이들을 보면서 수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