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NK]"컴퓨터 애니메이션 수준급"…디지털 영상산업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41분


영화는 북한 노동당의 가장 강력한 대중선전 도구중 하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소문난 영화마니아. 관저 지하에 개인영화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수자식(디지털) 기술’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컴퓨터가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애니메이션. 평양의 ‘4·26 아동영화 촬영소’에서 주로 제작하는 북한 만화영화는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1초에 그림 화면을 12컷 이상 사용하는 풀컷 애니메이션. 때문에 1초에 7컷을 쓰는 한국이나 일본 작품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영상을 자랑한다.

이 촬영소는 이탈리아의 ‘사자왕 심바’와 미국의 ‘라이온킹’, ‘포카혼타스’ 등 작품의 하청작업을 맡기도 했다.

이런 만화영화의 색감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마무리 작업이 바로 촬영소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이뤄진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은 컴퓨터 특수효과를 이용한 SF영화도 만들어낸다. 그 효시는 85년 신상옥 감독이 만든 ‘불가사리’(사진).

이 영화에서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거대한 괴수가 등장한다. 특수효과는 ‘고질라’를 제작한 일본 도에이 영화사 스태프들이 맡았다. 밥풀로 만든 불가사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 등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다소 유치하지만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컴퓨터 화면합성 기술이었다.

북한은 이후 디지털 영상물 전문가를 본격 육성하고 있다. 북한에서 3D 영상물 제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벤처 엔트랙의 박경은 부장은 “북한의 고급 개발자들은 3D맥스, 소프트이미지, 마야 등 최신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박부장은 “3D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슈퍼컴퓨터 없이 지금의 실력을 쌓은 것은 놀랍다”고 덧붙였다.

하나로통신도 북한 인력을 이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초 북한과 3D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편당 1분짜리로 총 33편이 제작되는 이 작품은 남한에서 만든 캐릭터를 바탕으로 북한 인력이 제작을 맡는다.

하나로통신측은 “처음 2D로 기획했던 것을 북한측의 제안으로 3D로 변경했다”며 “북측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분야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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