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8대 과제]인체 단백질 해독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지난 6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단과 미국의 셀레라 지노믹스사는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인간 게놈 지도의 초안을 발표했다.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인간 DNA 염기 서열은 인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이해하는데 기본 정보일 뿐, 실제 단백질이 이 드라마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이 갖고 있는 유전자는 약 10만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유전자가 발현돼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결국 이들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가를 밝혀야 인간 게놈에 대한 연구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전체 단백질의 1% 정도만이 그 구조가 밝혀져 있다.

최근 인간 게놈의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의 발현과 단백질의 구조 및 기능을 밝히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분야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의 자금력과 생명공학회사들의 기술력이 결합돼 컴퓨터 혁명에 이은 유전자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테오믹스에 뛰어드는 것은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서울대 정진하교수(분자생물학과)는 “질병의 상당 부분이 특정 유전자의 발현 이상이나 관련 단백질의 변성 등에 원인이 있다”며 “단백질에 대한 이해는 각종 암이나 퇴행성 질환 등의 진행을 분자수준에서 차단할 수 있는 정밀한 신약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이 분야는 미국이 단연 앞서나가고 있다. 셀레라 지노믹스사는 이미 게놈에서 유전자를 담고 있는 부분만을 추려냈고 상업적으로 잠재성이 큰 수백종의 단백질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한 상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이 단백질을 이용하려는 곳에서는 셀레라 측에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인간 단백질을 모두 규명하는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나선 구조인 DNA와 달리 단백질은 구조가 다양하고 분리, 정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아사이언스강석기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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