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본 과학프로그램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13분


과학과 오락이 연계된 인포테인먼트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호기심천국’. 과학도들의 열정과 고뇌를 그린 드라마 카이스트. 과학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두 개의 프로그램이 초중고 학생들에게 매우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 유준희 박사가 한국과학교육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호기심천국의 내용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믿는 학생의 비율이 초·중·고등학생 전체 7백73명 가운데 54%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는 그 비율이 64%나 돼, 어린 학생일수록 호기심천국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기심천국이 학교과학수업보다 더 재미있다고 응답한 학생도 78%나 됐다.

학생들이 방송을 보고 주로 기억하는 것은 각종 실험의 문제 해결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박사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호기심천국이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문제 해결 방법역시 과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호기심천국은 문제를 해결할 때 단순화된 실험으로 쉽게 결론을 끌어내는 경우가 많아 과학적 접근 방법을 보여주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당황하면 물건을 두고 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사회자 1명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고, 술을 마신 4명의 대상자 중 2명이 코를 골자 술을 마시면 코를 곤다고 결론을 이끌어낸 것 등 사례는 많다.

한편 카이스트에 대한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치나 실험에 관심을 많이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 전체 학생 1천1백92명중에 거의 매주 시청하는 비율이 23%에 이른다. 카이스트를 자주 시청하는 이유에 대해 48%가 드라마에 나오는 장치에 관심이 있어서, 37%가 드라마의 사건들이 실감나서, 31%가 카이스트 대학에 관심이 있어서, 29%가 대학생의 자유로운 생활이 부러워서라고 대답했다(3배수 중복응답). 유 박사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연구실과 기자재, 그리고 이야기 소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의외로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즘 호기심천국은 소재 빈곤에 허덕이고 있고, 드라마 카이스트도 청춘드라마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호기심천국의 경우 프로그램이 2년 이상 계속되면서 쓸만한 소재가 고갈된 게 제작진의 고민이다. 카이스트의 경우도 지난 6월 출연진과 작가, 제작진이 모두 바뀌면서 드라마 카이스트의 색깔이 시들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과학 프로그램으로 인식된 호기심천국과 드라마 카이스트가 학생들의 사랑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장경애 과학동아기자>ka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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