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의약분업' 사이버舌戰…약품 오남용실태 드러나

  • 입력 2000년 5월 31일 14시 24분


7월1일 의약분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을 앞두고 의사와 약사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국내 약품오남용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의사들이 약품관리 실태를 폭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의사들과 약사들은 경실련(www.ccej.or.kr),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의약분업(www.bunup2000.net)홈페이지 게시판 등지에서 '돌팔이' '약장사'와 같은 유치한 용어까지 동원, 국민건강을 운운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의료계 내부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제약업체 로비설'까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의사들은 전문의약품이 90%가 넘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30~40%에 불과한 현실속에서 어떻게 임의조제를 통제할 것이냐고 의문을 표시하고, 약사들은 전문의약품이 많아질수록 의료보험재정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의 치열한 논쟁은 급기야 우리나라 약물의 오남용 폭로전으로 비화하면서 그동안 약품이 병을 고치려고 쓰였는지, 병을 주려고 사용됐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돌팔이'라는 네티즌은 "지난해 46세 남자가 1주일째 계속되는 황달로 금천구의 한 내과의원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병원을 찾기전 약국에서 제산제인 오메프라졸(Omeprazole)을 임의처방 받아왔다. 그러나 이 환자는 위암 4기로 판명되었고 오래동안 병을 방치해 소생이 불가능했다. 오메프라졸과 같은 강력한 제산제나 시메티딘, 제산제 겔과 같은 약제는 속쓰림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들을 일시적으로 좋아지게 한다. 따라서 위암의 초기증상을 숨길 수 있다. 내과의사들은 간 주위로 암이 전이된 후인 위암 4기에 황달이 돼서야 병원을 방문한 경우도 흔하다고 말한다. 임의조제, 불법조제가 빚어낸 불행이다"라며 임의조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슬픈 의사'라는 네티즌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최근 공동으로 조사한 '감기와 관절염 모의환자를 중심으로 한 의원 및 약국의 처방행태'란 보고서를 인용해 약물오남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모의감기 환자는 아주 경한 증상으로 내성증가를 초래하는 항생제 사용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 항생제 처방율은 의원이 54.7%, 약국은 61.3%로 나타났다. 부작용이 많아 신중한 처방이 필요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는 감기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음에도 처방율은 의원 6.7%, 약국 10.7%로 조사됐다.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몸이 뚱뚱해지고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골다공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엉덩이 관절의 괴사, 고혈압, 당뇨, 출혈증상의 증가, 백내장·녹내장, 위궤양, 위장출혈 등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또 "관절염의 경우 불필요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 투약비율이 의원 16.2%, 약국 25.3%로 나타났다. 약국에서는 진통소염제를 2가지 이상 투약하는 비율이 45.3%로 의원의 12.1%보다 높았다. 진통소염제는 1가지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효과가 없을 때 다른 진통소염제로 바꿔야 한다. 2가지 이상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효과 없이 부작용만 늘리는데에도 4가지를 함께 쓰는 경우도 발견됐다. 여러가지를 써야 1가지가 듣는다는 투망식 처방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통소염제의 부작용은 위장 출혈 신장 기능 장애 출혈 경향 증가 현기증 등으로 심한 경우 위장 출혈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부신피질 스테로이드나 진통소염제 2가지 이상을 투여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가 의원과 약국에서 모두 나타났다. 약사들은 감기 환자에게 전혀 병·의원 진찰을 권유하지 않았고, 10.7%만이 관절염 환자에게 병·의원 진찰을 권유했다"고 한다.

'의사'라고 밝힌 송찬우씨는 "전라도에서 상경한 20대 후반의 남자환자가 2년전부터 충혈이 있을때마다 신도톱이라는 강력한 스테로이드 안약을 약국에서 구입하여 습관적으로 점안하고 있었다"며 "어느 약사가 그런 약을 아무 설명도 없이 습관적으로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사람이 그 약사라는 것을 그 환자가 알았더라면 그 약사는 소송을 당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약이라며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는 한약도 문제가 많았다.

'사이버의쟁투'라는 네티즌은 26일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에만 많다는 녹내장의 주범은 스테로이드다. 흔히 약국에서 파는 안약은 스테로이드 제재가 대부분이다. 약국에서 흔히 '관절염약'이라며 불법 조제해 파는 약속에 들어있는 먹는 알약 스테로이드제재로도 얼마든지 녹내장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는 우리가 흔히 보약이라고 먹는 한약 속에도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의사들은 모두 의심하고 있다. 흔히 먹는 보약에 스테로이드가 많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충혈때문에 혈관 수축제가 섞인 스테로이드제재 안약을 약국에서 사서 넣거나, 몸보신을 위해 한약을 먹다가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소시민'이라는 네티즌은 '이화여대 약대생의 글'을 인용해서 한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글쓴이는 "비규격 한약재를 한의사들은 아무 제재 없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의원에서 쓰는 약은 비방이라고 해서 어떤 약을 쓰는지, 스테로이드를 섞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중확인(double checking)을 통한 오남용의 방지가 필수다. 한방의 경우 이용인구는 5% 이지만, 전체 의료비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거품이 많다"고 밝혔다.

김성훈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palgei@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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