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벤처밸리 '하체 허약'…전화 불통-전력수급 불안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33분


서울벤처밸리가 위태롭다.

전화 불통사태로 벤처기업들이 1시간 이상 휴대전화로 업무를 보는 기현상이 빚어졌고 단전사고로 공들였던 PC작업내용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에어컨 사용이 급증할 경우 벤처밸리는 전력수급 불안으로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통신 불안〓26일 오전 10시25분부터 11시50분까지 1시간25분동안 벤처기업이 집중되어 있는 강남구일대 7만3700회선의 전화가 불통됐다. 한국통신 영동전화국의 ‘NO7교환기’에 신호가 폭주했기 때문. 전화국측은 “모 캐피털 회사에 1시간동안 무려 15만통의 전화가 폭주하는 바람에 교환기에 이상이 생겼다”고 불통이유를 밝혔다. 영동전화국에 설치된 NO7교환기는 IMT2000에 대비, 최근 설치된 첨단장비. 기존 교환기가 신호와 통화를 별도로 분리, 처리하는 것과 달리 NO7교환기는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통화가 몰릴 경우 또 다시 고장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력 비상〓벤처밸리 일대의 업무용 빌딩 공실률은 작년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 상황. 전력 사용인구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벤처기업 대부분이 PC로 작업을 하고있어 일반 주거지역에 비해 전력사용량은 2배이상이라는 것. 벤처기업 L사의 K차장은 “지난 2월 21일 벤처밸리 일대가 약 5분간 정전되는 바람에 작업중이던 파일이 모두 없어졌다”면서 “PC작업을 기본으로 하는 벤처기업에 전력수급 불안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이에대해 “관할 강남지점의 전력사용 증가율은 2월 16.3%였다”며 “여름철 전력수요가 늘더라도 각 건물별 계약전력이 한정되어 있어 단전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상습 교통정체〓서울지하철 강남역과 삼성역을 연결하는 테헤란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잡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직선거리 1.5㎞를 승용차로 15분가량 걸릴 정도. 특히 벤처밸리주변의 높은 임대료를 노린 업무용 빌딩들이 잇따라 신축되면서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벤처밸리 한복판에 신축중인 지하8층 지상 45층 규모의 I-타워는 연면적이 6만4600평으로 국내 최대규모. 9월부터 건물입주가 시작되면 교통난은 지금보다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이남식교수는 “테헤란로는 임대료와 물가가 너무 치솟아 신생 벤처기업에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벤처캐피탈 서동표 사장은 “상당수 기업은 이미 분당 쪽으로 남하했다”며 “왜 테헤란로에 있어야 하는지를 벤처기업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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