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벤처 '한국서 한판 승부'…美 100% 출자社 평가신청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국내 벤처에 대한 외국 벤처의 도전장.’

100% 외국인 출자로 올 1월 설립된 메인라인인포테크가 최근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처음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벤처기업평가 신청서를 냈다. 이 회사의 출자자는 미국 컴퓨터 업체에 소프트웨어 솔류션을 제공하는 메인라인글로벌시스템스의 경영진.

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소규모 투자나 합자 형식으로 국내 유망 벤처기업의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외국인이 직접 벤처기업을 설립한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전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 강남구에서 첨단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직원 1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을 설립한 외국인은 10명에 이른다. 직원 10명 미만 업체를 포함하면 올해 서울 강남의 테헤란밸리에 상륙한 외국 벤처기업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 2월에는 외국인 6명이 서울 강남에 중소기업 규모의 회사를 설립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외국 기업의 한국 지사 형태였다.

테헤란밸리로 진출한 외국 벤처의 업종은 컴퓨터설비 및 소프트웨어개발 자문이 가장 많다는 것이 국내 벤처업계의 분석이다.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국내 벤처 붐을 타고 들어와 국내 벤처가 절실히 필요로하는 선진 기술을 국내 환경에 맞추어 제공하는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

외국 벤처기업의 직원은 거의 국내 컴퓨터 기술자들이다. 메인라인인포테크의 직원 18명도 국내 소프트웨어개발 전문가들. 이 회사의 국내 운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손광호씨는 한국 IBM소프트웨어연구소장을 지냈다.

손씨는 “국내 기술진이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할 수 있었지만 외국 회사의 막강한 마케팅 능력에 기대를 걸고 국내인끼리 창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인 사장 체계로 벤처기업 등록을 희망하는 이스탑도 직원이 대부분 국내 인터넷 통신 기술자들이다.

외국 벤처기업의 상륙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측은 국내 벤처 기업들. 퓨쳐시스템의 김광태사장은 “국내 벤처 인프라가 튼튼해지고 국제적인 기술개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기회”라고 반겼다.

하지만 다른 벤처기업들은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 확보와 각종 세제 혜택을 노리고 벤처를 설립한 것 아니냐”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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