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출입금지" 대형서점-음반사등 몰이해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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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원하는 책을 파일로 보내주는 디지털서적 사업을 준비중인 남모씨(29). 디지털서적을 만들기 위해선 아날로그 책을 펴내는 출판사와 판권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한 중견 출판사를 찾았다.

하지만 말도 걸어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출판사측이 “서울의 대형서점이 디지털서적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출판한 책을 모두 빼겠다고 알려왔다”고 했기 때문.

MP3 서비스업체를 경영하는 노모씨는 사정이 나은 편. 그는 3년 전부터 발이 닳도록 레코드제작사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항상 듣는 대답은 “기존 음반시장이 잠식당할 게 뻔한데 왜 남 좋은 일을 시켜주겠냐”는 것.

지난해 10월 파일 복제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돈을 내야만 MP3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음반업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었다. 결국 19개 레코드사와 판매금액의 50%를 주기로 판권계약을 맺었지만 아직도 판매당 인세 7%를 요구하는 저작권협회와는 협상중이다. 이처럼 아날로그 형태의 소설 음반 만화 영화 등을 디지털화하려는 업체들이 출판사 영화사 등과 판권계약을 맺는 단계부터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음란물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 ‘거짓말’. 지난달 8일 영화 개봉전 온라인 상에서 불법 복제파일이 돌아 많은 네티즌이 이미 영화를 본 탓에 실제 개봉관을 찾은 관객은 서울만 32만명에 그쳤다. 영화제작사 신씨네측은 “인터넷에 불법 파일을 띄운 경우를 우리가 찾아낸 것만도 10건이 넘는다”며 “이같은 경우가 계속 된다면 누가 영화를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TV가 처음 생길 때 영화산업은 망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영화는 더욱 발전했다”며 “디지털 제품은 아날로그 제품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이기 때문에 기존 출판사 등은 디지털업체와 공존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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