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회원수 뻥튀기 많다"…LG硏 "다수 중복가입"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국내 굴지의 인터넷기업 A사의 ‘대외적인’ 회원수는 700만명. E메일 계정을 받으면서 회원등록이 이뤄지지만 사용하다 ID(사용자번호)를 잊어버려 새로 ID를 발급받은 상당수 사람들이 모두 새회원으로 등록돼 중복가입자가 적지 않다.

인터넷 기업이 기업가치를 말할 때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지표는 회원수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 회원수는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인터넷 기업 회원수의 허와 실’이 바로 그것.

이 보고서는 눈앞에 보이는 ‘덩치’에 현혹되지 말고 단단한 ‘근육살’인지, 물렁물렁한 ‘비계살’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구원은 “수익성과 연관되는 비즈니스 모델은 고려하지 않고 회원수로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해 비계살을 근육살로 보이도록 치장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경매는 거래가 성사되어야만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는 구조인 반면 회원수를 내세우는 대다수 커뮤니티 기업들은 구체적인 수익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

김연구원은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분석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애널리스트가 D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면서 우리와 상황이 다른 세계최대 인터넷통신 AOL의 회원상 수익가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등 분석도구 선택에 있어 종종 비합리적인 잣대가 사용되기 때문.

보고서는 이어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의 70% 이상이 구매력이 떨어지는 10∼20대라는 점과 더불어 회원수 증가가 광고수입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연구원은 “미국 실리콘밸리 인터넷기업들이 지출하는 광고비용의 80∼90%가 신문 방송 등 구미디어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터넷광고의 한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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