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비행기 조종 실감나네』…시뮬레이션게임 인기

  • 입력 1999년 2월 10일 18시 59분


“오늘은 서울에서 제주도를 거쳐 일본까지 비행을 했죠. 내일은 하와이에서 출발해 남태평양의 섬들을 구경할 겁니다.”

어느 비행기 조종사의 이야기가 아니다. PC통신 나우누리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동호회(go wings)게시판엔 신세대 마니아들이 올려놓는 이같은 ‘비행소감’이 하루에도 수십건에 달한다. PC에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누구나 파일럿이 되어볼 수 있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 그만큼 인기다.

비행 시뮬레이션은 원래 실제 비행기 조종연습을 위해 80년대에 특수하게 개발한 프로그램. 요즘엔 PC성능이 개선돼 게임의 한 장르가 될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특히 3차원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비행기 조종간을 잡은 기분이 들 정도로 현실감 높은 프로그램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98’은 전세계 각지역을 실제로 촬영한 화면을 배경으로 세스나기에서 보잉 747에 이르기까지 현재 운항되고 있는 각종 비행기를 선택해 조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한반도 상공을 포함, 세계 어디든 마음대로 날 수 있다.

쌍용에서 출시한 ‘플라이트 커맨더2’는 1950년대 초반을 주름잡던 구식 전투기부터 아직 개발중인 최첨단 전투기까지 1백10개 기종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의 ‘라팔’, 러시아의 ‘수호이35’, 미국의 ‘F―111’ 등 이름만 들어본 비행기를 조종해볼 수 있다. MS의 최신작 ‘컴뱃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복고풍 게임. 2차대전 당시에는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비행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요즘 초음속 전투기 처럼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전투를 할 때도 비행기의 특성에 맞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시뮬레이션게임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비행기 모델이 바뀔 때마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스로틀밸브를 올려야 비행기가 겨우 이륙한다. 궤도에 오른 다음에도 실제 비행하는 것과 똑같이 고도와 방위를 유지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땅에 곤두박질 치고 만다. 항로지도를 보며 목적지까지 날아야 한다. 물론 가상의 조종석안에서 보는 지형도 실물과 거의 같다. 비행기 창문에 비친 조종간 내부모습까지도.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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