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예니」남부지방 강타…30명 사망·실종

  • 입력 1998년 10월 1일 07시 04분


제9호 태풍 ‘예니’가 30일 오후 전남 장흥에 상륙하면서 영호남 지방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으며 경부고속도로 일부구간과 경전선 등 3개 철도가 불통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예니’는 1일 0시 현재 전남 보성 부근에 정체하면서 남부지방에 계속 많은 비를 뿌려 추수기 농작물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1일 오전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던 태풍이 예상과는 달리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체된 태풍이 또다른 저기압을 만드는 바람에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다”고 밝혔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 영향을 끼친 것은 올들어 처음이며 한자리에 정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상청은 “호남지방에 머물고 있는 태풍은 제자리에서 맴돌다 세력이 약해져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며 “태풍의 영향으로 1일까지 전국에 최고 1백㎜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6백㎜가 넘는 비가 내린 경북 포항은 30일 밤 한때 형산강 수위가 위험수위(8m)를 넘어선 가운데 시가지가 대부분 침수되고 전기와 수돗물이 끊겨 시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었다. 경북 경주에서도 3만가구에 대한 전기공급이 끊겼고 3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수확을 앞둔 경남북과 전남북지역의 농경지 21만8천여㏊가 물에 잠기거나 벼가 쓰러져 풍년의 꿈이 사라졌다. 특히 전남의 경우 전체 벼재배 면적 20만4천㏊ 중 13만6백㏊(52.9%)가 피해를 보았다.

1일 0시 현재 지역별 강수량은 포항 6백9.4㎜를 비롯해 △거제 4백3.5 △남해 3백76 △제주 2백89 △광주 2백53 △부산 1백94 △서울 50.7㎜ 등이다.

한편 30일 오후 4시40분경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효목도서관 앞 길에서 김정희양(15) 등 여중생 3명이 폭 2m짜리 대형 하수관에 빠져 실종됐다.

철도와 고속도로 피해도 잇따랐다. 경남 마산시 내서읍 중리역과 함안군 함안역 사이의 경전선 지반이 일부 유실되면서 경전선 중앙선 동해선 등 3개 철도 7개 구간이 불통돼 철도청이 밤새 복구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후 1시50분경 경북 경주시 광명동 경부고속도로 건천인터체인지 부근 상하행선 1.5㎞구간에 토사가 흘러넘쳐 한동안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또 김해와 대구공항 등 전국 8개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통제됐고 전국 연안여객선 1백2개 항로 가운데 93개 항로의 운항이 금지됐다.

〈홍성철기자·창원·부산·광주〓강정훈·석동빈·정승호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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