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減産으로 「살 길」모색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인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에 대한 본격 감산(減産)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8일 “14∼20일 7일간 모든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의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에 경기 기흥공장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과 온양공장의 메모리 조립라인이 ‘올스톱’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라인 역시 일부 제품 외에는 가동이 최대한 억제된다.

반도체 월생산량이 5천9백만개에 달하는 삼성측은 이번 감산으로 이달중 자사의 반도체 공급량이 지난달에 비해 2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8.8%(97년 기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은 시장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의 감산돌입으로 그동안 감산을 거부해왔던 LG반도체도 이달안에 감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는 3일부터 이미 감산에 들어간 상태.

특히 국내 업계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던 일본의 D램 메이커들도 조만간 감산에 동조할 것이 확실해 7월부터는 전세계적인 ‘물량 줄이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 업체가 손을 잡을 경우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부족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한일 양국업체가 일주일간 라인을 멈출 경우 전세계 공급량의 18.2%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예상 가격 상승폭은 72%. 심리적 효과까지 감안하면 16메가 D램의 경우 3.85달러선을, 64메가는 14, 15달러선을 쉽사리 회복할 것으로 반도체업체들은 점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근 몇년간 가격 폭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겪어왔다. 일부 16메가D램은 최근 미주 현물시장에서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1달러선에, 64메가D램은 8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 이번 감산 결정에는 가격하락과 채산성 악화를 더이상 방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풀이다.

삼성측은 “이번 감산은 일주일 단위로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가격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모면에서 1∼7월의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라인을 멈췄던 지난해 감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공급량의 13.2%가 줄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52.5%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업계는 기술적으로 아직 64메가 D램의 양산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감산은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일 공조가 이뤄질 경우 국내 반도체업계는 23억달러 이상 매출액을 늘리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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