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U턴」 고경철-오재진씨의 「서울 생활」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洪錫珉 기자」 20대 후반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을 타국(他國)에서 보낸 두 젊은이가 만났다. 한명은 일본, 다른 한명은 미국. 둘다 대학까지 마친 뒤 올해 고국으로의 「유턴」을 감행했다. 재일교포 고경철씨(29). 일본 고덴샤(高電社)의 한국 지사인 디코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고덴샤는 재일교포 高基秀(고기수)사장이 운영하는 번역프로그램 전문업체. 일본에서 태어난 고씨는 미국 우스터대에서 기계학을 전공해 영어 일어에 모두 능통하다. 하지만 한국에 온지 6개월이 채 안돼 한국말은 아직 서툴다. 지난 3월 쌍용정보통신에 입사한 오재진씨(28). 뉴욕에서 영문학과 마케팅을 공부한 오씨는 시티뱅크에서 근무하다 「고국을 배우고 싶어」 한국을 찾았다. 처음 찾은 서울의 모습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제가 살던 뉴욕 맨해튼은 서울과 비슷합니다. 오히려 서울이 훨씬 깨끗하죠. 사람들도 활기에 넘치구요』(오씨) 『서울엔 도쿄보다 육교가 훨씬 적은 것 같아요. 대신 지하도가 많죠. 지하도에 들어가 나가는 방향이 짐작이 안돼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고씨)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모두 세 나라의 문화가 달라서인지 대화 분위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까지 같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살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로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한 것. 물론 언어는 자신있는 영어. 『한국엔 개인적으로 운동할 만한 공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여의도가 좀 나은 편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비할 수 없어요』(함께) 대기업인 쌍용에 입사한 오씨는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해 한마디했다. 『미국에선 오로지 자기 일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좋더군요. 밥도 함께 먹으러 다니구요』 고씨는 새로 나온 제품 자랑에 열을 올린다. 『이번에 나온 「J 서울」은 한글 윈도95에서 바로 쓸 수 있는 日韓(일한) 번역 프로그램입니다. 번역률이 어떤 제품보다 높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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