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 칼 한손에 코란’은 없다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3분


《최초의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그 영광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 SBS 이란국립박물관 공동 주최)가 22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를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은 ‘페르시아 및 이슬람 문화의 이해’를 주제로 특별 강좌를 마련했다. 박물관이 진행하는 ‘은하문화학교’ 강좌의 일환이기도 한 이번 특별 강좌는 16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이 강좌의 강연 내용을 매주 요약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페르시아’ 특별 강좌… ‘이슬람의 실천 윤리’

“이슬람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슬람권에 가서 무슬림들에게 이 말을 전하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습니다. 이슬람 교리에 이런 말은 없어요. 서구가 이슬람에 대한 편견으로 만든 말이 전해진 겁니다.”

강사의 말에 청중들은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16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대강당. ‘이슬람의 실천윤리’를 주제로 한 김정명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강연에 400개의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감탄사와 웃음을 쏟아내며 뜨겁게 호응했다. 강연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김 교수는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종교인 이슬람이 머지않아 인구수 기준으로 세계 제1의 종교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 인구의 30%를 차지하게 될 우리의 이웃, 무슬림을 언제까지 테러리스트로만 볼 것인가”라고 청중들에게 물었다. 이어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로 이슬람의 기원, 이슬람권의 문화 등 이슬람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청중들은 이슬람이 기독교와 뿌리를 같이한다는 김 교수의 설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영상 취재 : 이훈구 기자

“성경에도 나오는 아브라함은 후처인 하갈과의 사이에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따르면 하갈은 이스마엘을 데리고 집을 떠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에 도착합니다. 이슬람을 창시한 마호메트는 이스마엘의 후손이지요. 그래서 무슬림도 기독교도와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슬람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다’는 의미, 무슬림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슬람권에선 국가가 나서서 다른 종교의 신자들을 핍박한 적이 없다는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이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며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서구 중심의 역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란 말은 십자군 전쟁 때 아랍권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

모로코에서 공부한 김 교수는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가며 예배, 종교세 등 이슬람의 5가지 실천윤리를 소개했다.

“무슬림은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예배를 하는데 이슬람권 호텔에 가면 메카 쪽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무슬림은 소득의 2.5%를 종교세(자카트)로 냅니다. 과거 중동의 동방기독교도들이 이슬람으로 많이 개종했는데 10분의 1을 내는 기독교의 십일조보다 이슬람의 종교세가 싸다는 점도 개종의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어 김 교수가 “낮 동안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 어떤 동네에선 오전 3시가 되면 ‘좀 있으면 날이 밝으니 어서 일어나 한 끼 더 먹으라’는 뜻에서 북을 울리기도 한다”고 경험담을 전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날 참석한 김종국(72) 씨는 “강연을 들으면서 이슬람에 대한 오해가 참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강연 덕분에 페르시아 유물 전시회에 더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전시 안내

▽일시=22일∼8월 31일(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료=일반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5월 5일까지는 50% 할인)

▽문의=02-793-2080, www.persia2008.com


▼영상 취재 :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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