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용인 ‘곤잘러스 메모’ 美정가 후끈

  • 입력 2005년 1월 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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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행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날카로운 공격에 진땀을 흘렸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 역사상 의회에서 선거 결과 이의제기를 당한 두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치열했던 법무장관 인준청문회=밑바닥 이민자 2세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곤잘러스 법무장관 지명자는 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전쟁포로 고문 허용 논란으로 곤혹스러워 했다.

성조기 배지를 달고 나온 곤잘러스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고문에 반대한다. (전쟁포로의 인권을 보장한) 1949년 제네바 협약을 존중한다”는 말을 거듭 반복해야 했다.


그가 2002년 8월 작성한 ‘곤잘러스 메모’는 청문회 직전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의 ‘지상(紙上) 청문회’를 통해 통렬한 공격을 받았다. 그는 이 메모에서 “제네바 협약은 어떤 면에서 쓸모없는 것이 됐다”고 썼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 사건은 곤잘러스 지명자가 백악관 법률고문 자격으로 9·11테러 이후 작성한 포로처우 ‘신(新) 가이드라인’이 고문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지적해 왔다.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텍사스 주 대법관 출신인 그를 ‘곤잘러스 판사’로 부르며 예우했지만 날 세운 질문은 거두지 않았다. 하루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의 인준청문회와는 딴판이었다.

곤잘러스 지명자는 시종 “부시 1기 행정부는 제네바협약의 일부 문구 수정을 준비했으며, 앞으로 수정 필요성이 있다”고 맞섰다. 또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협약 서명국이 아니어서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도 굽히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를 지낸 한국계 해럴드 고 예일대 법대 학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미국이 테러방지를 위해 포로 및 테러 혐의자에게 최대한 정보를 얻어낼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고문’으로 간주될 가혹행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명예 안은 부시 대통령=미 의회는 6일 지난해 11월 2일 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된 50개 주 선거인단 538명의 실제 투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공식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538표 가운데 286표를 얻어 과반수인 270표를 넘겼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 및 하원의원 20명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11만8457표 차로 승리를 거둔 오하이오 주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2시간의 토론을 제의했다.

의회의 선거 결과 이의제기는 1877년 러더포드 헤이스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2시간의 토론이 끝난 뒤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상원은 74 대 1, 하원은 267 대 31로 이의를 기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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