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참사 3주년]시민권 없는 유학생 일자리 못구해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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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qualified?”(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습니까?)

미국에서 인턴 자리를 찾는 한국 유학생들이 면접 볼 때 자주 받는 질문이다. 9·11 테러이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는 일이 별로 없었다. 유학 비자를 받아 취업이 금지된 외국 유학생들에게는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마땅히 일거리가 없는 한국 유학생들이 방학 때마다 고국으로 돌아와 학비를 버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9·11의 여파는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땅을 밟기 위해 겪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국제선 경험 14년째인 대한항공 사무장 김혜경(金惠京·37)씨는 “지문 찍고, 사진 찍고 홍채 검사하고…. 불편함과 모멸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업무가 아니라면 굳이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매년 미국에 5번 이상 출장을 가는 피카소정보통신 박노성(朴魯成) 과장도 “출입국을 통과하는 데 2시간은 보통이라 비행기 갈아타는 게 아슬아슬하다”면서 “짐 검사를 여러 번하는 과정에서 기념품이 분실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꼭 미국 영토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1998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이모씨(52)는 미국 텍사스주 차량등록국(DMV)에 건강검진 기록을 보내고 운전면허를 4년 연장했다. 하지만 2004년 4월 다시 면허를 연장하기 위해 DMV에 연락하자 “2002년 법이 바꿔 외국인은 미국에서만 면허증을 연장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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