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영등포교도소 천왕동 이전 추진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26분


코멘트
고층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으로 빙 둘러싸인 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점선 아래). 구로구가 개발제한구역인 천왕동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전영한기자
고층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으로 빙 둘러싸인 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점선 아래). 구로구가 개발제한구역인 천왕동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전영한기자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가면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하나는 서울의 변두리쯤으로 짐작했던 이 동네에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고급음식점이 즐비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예전엔 물웅덩이와 밭이 전부였다는 설명을 들으면 놀라움은 더해진다.

그리고 하나 더. 길모퉁이 하나만 돌면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끊기기 전에 검은 철조망이 끝없이 늘어선 회색빛 담벼락이 나타난다는 사실에 놀란다. 문 앞을 지키고 선 교도관의 굳은 표정에 숨마저 잦아드는 곳, 주민들이 ‘도심의 검은 섬’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이다.

▽이전은 불가피하다=영등포교도소와 구치소는 고척동 100, 102 일대 2만9878평(9만8600m²)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일대가 구로구에서 가장 번화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싸라기 땅의 중심에 교도소와 구치소가 들어서 있는 셈.

땅값은 둘째 치고 교도소는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교도소 주변엔 15층 이상의 고층아파트 75개동이 들어서 있고 일반주택도 2500가구나 있다. 고척초교 등 초등학교 2곳에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교도소 주위에 몰려 있다.

구로구는 1986년부터 교도소 등의 이전을 법무부에 건의해 온 상태. 하지만 어느 자치구도 교도소 등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이전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

결국 구는 교도소와 구치소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의 외곽지역인 천왕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대로 옮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구 관계자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며 “교도소가 옮겨가면 천왕동은 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치소, 반갑지 않다=천왕동은 그린벨트로 묶여 논밭을 제외하곤 별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지 않다. 그러나 주민들은 “교도소가 들어온다면 구에서 개발을 해준다 해도 별로 달갑지 않다”고 말한다.

행정편제상 항동 법정동과 함께 오류2동으로 분류돼 있는 천왕동은 인구가 600∼7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주민 대부분은 예전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토착민이라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남다르다.

천왕동 주민인 장현복 구의원은 “우리는 구로구민이 아니냐”며 “교도소가 혐오시설이라 옮기겠다고 하면서 왜 같은 구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물론 오랫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침해받았던 천왕동 주민들도 개발에 대한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개발의 전제조건이 ‘교도소 이전’이란 얘기에는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류2동사무소 노창덕 사무팀장은 “별다른 욕심 안내고 차라리 농사나 짓는 게 좋을 것이라는 주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구 관계자는 “인근 항동에 6만평 규모의 수목원을 만들고 천왕동을 뉴타운에 버금가는 고급전원주택가로 만들 계획”이라며 주민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