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2월 7일 18시 0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도쿄 시부야에는 유명한 100엔숍인 ‘100엔 플라자’의 본점이 있다. 100엔숍은 무엇이든 100엔(약 1000원)에 파는 상점. 아이섀도 세트와 접는 우산, 시계도 단돈 100엔이면 살 수 있다. 지금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지만 예전에는 도산 직전에 있는 소매점에서 물건을 사 모았다고 한다.
저자는 “100엔숍에 갈 때면 이 세상은 쏟아부은 노동력에 비례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공급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감상을 풀어간다.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내가 3∼4년에 걸쳐 써둔 소설은 대체 얼마에 팔릴 수 있을까? 시간당 10엔 이하? 계산하는 것 자체가 서글퍼서 아예 그만둔다.”
이어 ‘원조교제’를 ‘흥정’하는 소녀들의 장면이 삽입되면서 “이렇게 소녀들마저 헐값으로 소비되어 간다면”이라는 감상이 덧붙는다. 원조교제를 소재로 한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팝’의 에피소드 한 대목이 따라붙는다.
안내서라고 하기엔 다분히 감상적이다. 도쿄의 ‘명소’에 얽힌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 꽤 신선한 시각으로 도쿄의 이곳저곳을 바라본다. 장소마다에 얽힌 소설 구절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색적이다. 그러면서도 안내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각 단락의 뒤에 붙은 꼼꼼한 정보 덕분. ‘젊음의 거리’ 시부야의 게임센터, 100엔숍의 전화번호나 영업시간 등이 수록됐다. 무료로 판촉용 휴지를 얻을 수 있는 ‘포인트’까지 적혀있다. 음악, 고층 빌딩가, 도쿄대, 전철, 전자제품, 디저트, 술 등 키워드를 통해 도쿄의 명소를 풀어낸다.
저자는 도쿄에서 태어나 자란 도쿄 토박이. 한국에도 수차례 다녀갔고 한국어에도 능통한 ‘한국통’이다. 때문에 ‘외국인(또는 한국인)의 눈’에 신기하게 여겨질 만한 도쿄의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소개할 수 있었다고. 책 말미의 ‘도쿄 100배 즐기기’도 유용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