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37…돌잡이 (3)

  • 입력 2002년 10월 1일 19시 02분


<줄거리> 우철의 동생 우근이의 백일잔칫날 일가족은 목욕탕에 간다. 아버지 용하의 정부 미령이도 뒤따라온다. 본처와 정부가 함께 욕탕에 들어오자 동네 여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돌아가는 길, 어머니 희향은 새색시 시절에 불렀던 노래를 떠올린다. 이듬 해 1926년, 우근의 돌 날. 강가에서 여인네들이 얘기꽃을 피운다

“고인덕은 전재산을 팔아서 3천 엔이나 의열단에 기부했다재? 복수는 자식들 너이나 거느리고 우째 살는공?”

“금식이 보살피고 있는 모양이더라. 복수도 물론 자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일하고 있고”

광풍이 불어요 광풍이 불어요

삼천만 가슴에 광풍이 불어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바다에 두둥실 떠오는 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 배요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아리랑 고개서 북소리 둥둥 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 날리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나 보세

한 여자가 퍼뜩 고개를 들자 노랫소리가 바람처럼 홀연 끊어졌다. 형사가 다섯 명 강둑으로 내려오고 있다. 여인네들은 목에 화살이라도 꽂힌 것처럼 등에 잔뜩 힘을 주고 조심스럽게 미나리를 뜯었다. 끼익, 끼익, 끼익, 형사들이 배다리를 건너 역 쪽으로 달려갔는데도 배다리의 흔들림은 금방은 멈추지 않았다. 나잇살이 웬만한 여자가 한숨으로 침묵을 깼다.

“예삿일이 아닌갑다”

“누가 밀고를 했는갑지. 어디 사는 누구누구가 의열단 동지라고”

“아이고!”

“요즘, 쪽바리들이 엄청 늘었재”

“역 앞하고 시장거리 근처 좋은 땅에 꼬여들어서 쪽바리 동네를 만들고 있다 아이가”

“경일 은행, 밀양 은행, 밀양 의원, 카스가와 여관, 다테이시 제사 밀양 공장, 밀양 우체국, 영남 자동차부, 헤비스 여관, 시타무라 백화점, 미야모토 사진관, 난바 목재점, 이노우에 서점, 도요세 양가구점, 가도다 문방구점, 밀양 인쇄 주식회사, 나카노 상점, 밀양 주조 주식회사, 이세야, 밀양 운송 주식회사, 우스이 양철점, 시타무라 이발관, 마루니야 상점, 조선 가스전기 주식회사, 미야케 양조장, 우에하라 여관, 아소 시계점, 오카모토 과자점”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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