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에 공권력 무력화… 법치 바로세우기 긴급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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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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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 엄정대처 왜?

경찰-검찰 “불법시위 엄단” 조현오 경찰청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충돌 중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후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불법 집단행동 관련 공안대책협의회’가 끝난 직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경찰-검찰 “불법시위 엄단” 조현오 경찰청장(왼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충돌 중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후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불법 집단행동 관련 공안대책협의회’가 끝난 직후 관련 내용을 브리핑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6일 검경이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일제히 강경대처 방침을 밝힌 데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집회 시위가 도를 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24, 25일 벌어진 제주 강정마을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에 7시간 넘게 억류됐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 연행자 석방을 약속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뇌부가 사전에 연행자 석방 약속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무기력한 공권력

최근 전국에서 벌어진 각종 시위에서 공권력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2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보수대학생단체의 영화 ‘김정일리아’ 상영회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시위대가 난입해 상영을 중단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는 데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최근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시위대는 어김없이 도로를 장시간 점거하는 등 불법을 자행했다.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자유총연맹 앞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차량이 시위대가 던진 물병 등에 맞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는 공사 방해가 이어지다가 급기야 24일 불법시위자를 연행하는 경찰을 시위대가 억류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검경이 이날 2년여 만에 공안대책협의회를 열어 불법집단행동에는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26일 충북지방경찰청 윤종기 차장(경무관)을 단장으로 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주지방경찰청으로 긴급 파견했다. 윤 차장은 서울청 경비2과장, 1기동대장, 경찰특공대장 등을 거친 경비분야 전문가. 제주경찰청이 시위 관리 경험이 부족하고 지역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시위대에 강력 대응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본청에서 직접 사태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경찰 대대적 감찰 나서


경찰은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엄정 대처 외에도 시위대에게 ‘농락’ 당한 제주청과 관할 서귀포서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전날 제주에 감찰팀을 급파한 경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진압 과정에서 7시간이나 시위대에 의해 공사장에 갇혀 있었던 점 △경찰서까지 쫓아온 시위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 △연행한 불법시위자를 당일 석방하겠다고 약속한 점 △이 과정에서 상급기관인 제주청의 지휘감독 문제 등이다.

특히 감찰팀은 7시간 동안 시위대에 의해 경찰부대가 갇혀 있었던 사건을 중점 조사하고 있다. 감찰 관계자는 “공권력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은 24일 오후 2시경 공사 재개 움직임이 보이자 크레인을 점거했다. 공사장 주변을 경비하던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강 회장 등을 연행했지만 정문 부근 도로에서 100여 명의 주민 및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가로막혀 7시간 동안이나 공사장에 갇혔다. 당시 경찰병력은 시위대보다 3배나 많은 350여 명이었다.

시위대가 강 회장 등의 연행에 항의하기 위해 서귀포서를 찾아왔을 때 경찰이 정문을 닫고 9시간 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문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이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통해 시위대가 항의하러 오더라도 경찰서 문을 잠그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해선 안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며 “서귀포서의 이번 행동은 경찰청장의 지휘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감찰팀은 경찰이 조사도 하기 전에 연행자 석방을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감찰을 벌이고 있다. 송양화 전 서귀포경찰서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인명피해 없이 강 회장을 연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시위대와 협상을 한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서귀포서가 연행자를 경찰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으로 호송한 것은 집회시위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제주청의 지휘 보고 과정도 감찰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귀포서의 제주청 보고 과정뿐 아니라 제주청에서 본청으로 보고를 누락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26일 “24일 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연행자 석방을 협의했다”며 “(연행자 석방은) 송 서장이 단독 결정한 것이 아니고 조 청장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청장은 “강 의원과 통화했지만 연행자 석방을 협의하거나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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