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해? 왜 안먹어? 눈치 주진 않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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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204>회사내 보이지 않는 차별

가벼운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장모 씨(25)는 최근 세 번째 구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관이었던 첫 직장과 일반 기업이었던 두 번째 직장 모두 장 씨의 장애를 배려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손끝의 미세 근육이 남들에 비해 뻣뻣하다. 키보드를 치다 보면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 소리가 좀더 나게 된다. 빠른 말로 대강대강 전달하는 업무 지시는 정확히 이해하기가 힘이 든다. 전체적인 업무를 따라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지만 가끔 일이 몰리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상황 파악이 느려질 수도 있다. 장 씨는 입사할 때마다 이런 자신의 상태를 상사와 동료들에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씨는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부 동료는 장 씨가 지시를 잘 알아듣지 못할 때마다 눈치를 줬다. 혼자 해낼 수 없을 만큼의 일을 떠넘기기도 했다. 장 씨는 결국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정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공공기관 3%(기존 2.5%), 민간기업 2.7%(기존 2.5%)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회사 안의 보이지 않는 차별 의식은 제도 개선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기업 52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8%가 ‘장애인 지원자를 일반 지원자보다 꺼린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적합한 직무가 없어서’(62.9%)와 같은 현실적 조건 외에 ‘생산성이 낮을 것 같아서’(23.6%) 등 편견들도 존재했다.

회사 안 우리 주변에도 장 씨와 같은 약자 혹은 소수자가 존재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나 소수 종교인의 경우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차별받을 수 있다. “왜 못해?” “왜 안 먹어?”와 같은 악의 없는 반문들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건강을 이유로 채식주의를 택한 직장인 김모 씨(29·여)는 점심시간 때마다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하다’ ‘별나다’ 등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김 씨는 “아직 한국에서 회사라는 곳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작은 배려를 해준다면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고 업무에 훨씬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눈치#회사#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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