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를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이 중간 처리 시설 구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17일 오후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공구에서 쓰레기 매립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별도 처리 없이 곧바로 매립하는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정부가 지난달 쓰레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시설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모집했지만 마감일까지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상 설치를 유도할 장치가 없기 때문인데, 4년 뒤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만큼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3일 종량제 봉투 전문 선별시설(전처리시설) 설치·운영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모집하는 수요 조사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발송했다. 그러나 수요 조사 마감일인 같은 달 23일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없었다.
전처리시설은 종량제 봉투를 개봉해 비닐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선별함으로써 소각해야 할 쓰레기 양을 줄이는 시설이다. 직매립이 금지되면 생활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공공 소각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 위탁이 늘어날 경우 처리 비용이 오를 수 있어 쓰레기 감량 시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시범사업에 응하지 않은 것은 사업 구조상 참여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부의 시범사업 추진 계획서에 따르면 전처리시설 시범사업 사업 방식은 전액 민간 투자로 설계됐다. 지자체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시설을 짓는 구조로, 사실상 민간 전처리시설 유치를 전제로 한 것. 해당 지역 주민이나 지자체에 대한 재정 지원이나 인센티브는 없었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처리시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소각장이든 전처리시설이든 모두 기피 시설”이라며 “별다른 혜택이 없다면 주민 반발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르면 소각장은 주변 지역에 대한 주민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만,전처리시설은 이러한 지원 근거가 없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가 본격화될수록 이런 구조적 한계가 더 큰 문제로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수도권은 2026년부터, 전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설치 비용 지원과 함께 주민 수용성을 높일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2일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66t으로, 지난해 하루 평균(2045t)의 약 3% 수준에 그쳤다. 반입 차량 수도 6대로 지난해 평균(169대)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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