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 스톨텐베르그, 위기속에 빛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정보당국 질책대신 통합강조… 국민 80% “총리 위기관리 잘한다”

25일 저녁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앞 광장. ‘장미행진’으로 명명된 테러 희생자 추모행사장에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52)가 나타나자 환호가 쏟아졌다. 20만 추모 군중은 손에 든 장미를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27일 오슬로 시내 중앙역 광장에서 만난 주부 크리스틴 씨(40)는 “절대 흥분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총리의 모습이 우리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에 빠졌던 노르웨이가 스톨텐베르그 총리의 조용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 속에서 빠르게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민족적 이념적 갈등을 부채질할 요소가 많았던 이번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줄곧 관용과 통합을 주장하며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있다. “한 사람이 많은 증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랑은 얼마나 크겠는가”(추도사), “비극이 일어났지만 관용과 자유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장미행진), “폭력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민주주의다”(기자회견).

그는 늑장 출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은 물론이고 이미 3월 범인을 요주의 인물로 검토하고도 그냥 넘겨버린 정보당국을 질책하는 대신 “추모 기간이 끝나는 대로 국가 보안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과 평가를 실시하겠다”며 미래에 방점을 뒀다. 이어 “7월 22일 이후의 노르웨이와 그 전의 노르웨이가 나눠지겠지만 테러 이후의 노르웨이가 이전보다 더욱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다시 한번 통합을 강조했다.

노르웨이 일간지 VG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총리가 이번 위기를 대단히 잘 관리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80%에 이르렀다. BBC 등 영국 언론은 “스톨텐베르그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강하다”고 평했다.

노동당 출신의 저명한 정치인으로 외교장관을 지낸 아버지 토르발 스톨텐베르그 씨와 차관 출신인 어머니 카린 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기자를 거쳐 1993년 정계에 입문해 2005년 총리에 취임했다. 앞서 2000년에도 1년간 총리를 지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신임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일관성 있는 정책에서 비롯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선 유독 노르웨이만 평균 4%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의 재정흑자, 실업률 3.4%라는 경이로운 경제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오슬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