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구촌 새권력]롬니 “섭섭함 잊고 고향사람 찍어 달라” 막판 바람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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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경합주 미시간 르포

5대호를 국경 삼아 캐나다와 맞닿은 미국 동북부 미시간 주. 24일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 남쪽 60km에 있는 먼로 시에서 만난 시민 러셀 워 씨(71)는 “미시간 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미시간 주 오클랜드카운티는 미국에서 네 번째 부자지역으로 공화당 우세 지역이었지만 오바마가 이곳의 자동차 산업을 살린 뒤 민주당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달 6일 대선에서 ‘같은 고향 사람’을 뽑을 것인가. 아니면 지역 주민이 많이 종사하는 자동차 산업을 살린 대통령을 다시 선택할 것인가. 미시간 주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어 가는 가운데 양 진영은 치열한 유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시간 주(선거인단 16명)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고향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쓰러져 가는 자동차산업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롬니가 이를 반대했던 앙금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오하이오, 아이오와 주 등과 함께 표심이 오락가락하는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로 분류되는 이곳은 이번 대선에서 일찌감치 오바마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3일 1차 TV토론 이후 롬니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미시간 주는 다시 ‘신흥 경합 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라스무센 리포츠 조사 결과 이달 11일 이곳의 두 후보 간 지지율 차는 7%포인트. 오바마 대통령이 52%, 롬니 후보는 45%였다. 24일에는 오바마 50%, 롬니 46%로 지지율 차가 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먼로 시내 중심가에서 중고품 가게 ‘레이스 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레이 로즈 씨(63)는 가게 앞에 롬니의 선거 팻말 2개를 꽂아 두고 있었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자 대뜸 “이미 롬니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오바마는 거짓말쟁이다. 롬니는 자동차 산업을 부도시킨 뒤 (부실기업을 정리한 뒤) 재건하자고 했는데 오바마는 부도를 내는 데 찬성했다는 말만 계속 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때 롬니의 아버지 조지 롬니가 이곳 주지사였음을 기억하는 그는 “디트로이트 시내는 아주 엉망이 됐다”며 “경기가 살아났다는 것은 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시내 중심가의 롬니 캠프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리처드 콜먼 사무국장은 “롬니가 뒤지고 있었지만 1차 토론이 엄청난 도약의 계기가 됐다”며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8일 미시간 주를 방문해 열기를 고조시켰다.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50대 수전 샌들러 씨(여)는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노조에 돈을 많이 퍼 줬기 때문에 노조가 지지하고, 노조는 다시 민주당에 선거자금을 기부하고 있다”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오바마 캠프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22일 3차 토론에서 “자동차산업에 구제금융을 지원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댄 민튼 사무국장은 “롬니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놀랐다”며 “오바마가 ‘롬니지아(Romnesia·롬니와 건망증을 뜻하는 앰니지아의 합성어)’라고 왜 그렇게 비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첫날로 안내 데스크 업무를 맡고 있는 제인 씨는 “이번 선거는 10년, 20년의 과거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전진하느냐는 갈림길”이라며 “아주 감성적인 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롬니가 그동안 열세이던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오바마가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더 얻으면서 롬니가 47% 대 45%로 오바마를 2%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AP가 GfK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이날 보도했다.

디트로이트·먼로(미시간주)=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 대선#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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