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도…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 속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22시 54분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과 함께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빗방울이 흩뿌리고 미세먼지까지 심한 흐린 날씨 속에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기 시민들의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세대와 성별을 막론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19대 대선 투표는 ‘질서정연하지만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 유권자들 밝은 표정으로 한 표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1107만 명(26.06%)이 사전에 투표한 덕분인지 9일 오전 전국 투표소는 2012년 18대 대선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국민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다양했다.>> 나연주 씨(30·여)는 “돈없고 힘없는 근로자들도 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줄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온 최영택 씨(63)는 “모든 사람이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반증하듯 온라인에는 투표 관련 인증사진이 40만 건 이상 올라왔다. 인증샷을 올리면 최대 500만 원을 주는 ‘국민투표로또’ 참가자 수는 9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인 부인과 투표장을 찾은 호주인 피터 태넌트 씨(40)는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대우하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잘 살게 해주는 통합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도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축제에 참가했다.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초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중학생 홍선표 군(14)은 “어른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며 “미래에 투표권이 주어지면 빠지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YMCA전국연맹이 주축이 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운동본부’는 만 18세 이하를 대상으로 ‘청소년 모의 대선’을 진행했다.

● ‘동명이인’ 투표 등 곳곳에서 해프닝

황당한 해프닝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울산시 북구 양정동 제2투표소에서 40대 여성이 투표용지를 촬영하자 선거사무원들이 즉시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여성이 사진을 지우고 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다른 유권자와 선거사무원들에게 노출됐고 결국 해당 표는 무효 처리됐다.

동명이인(同名異人) 중 한 1명이 투표소를 착각해 다른 사람의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일도 있었다. 나중에 투표소를 찾은 시민 A 씨(58)가 투표사무원에 항의하면서 이 사실이 밝혀졌다.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5동 제5투표소에서는 이모 씨(76)가 김모 씨(79·여)에게 투표 방법을 설명하겠다며 기표소에 데리고 들어간 뒤 자신이 표를 찍었다. 의정부시 송산1동 제1투표소에서는 시어머니의 투표용지를 찢은 며느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며느리 B 씨(50)는 선거 시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아 기표를 제대로 못했다며 시어머니의 기표용지를 훼손했다.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는 투표용지를 15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자 전국 각 지역에 설치된 개표소에서는 각 지역 선관위원장이 개표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졌다. 개표참관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진을 찍으며 꼼꼼하게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투표함을 개봉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 체육관에는 한국 개표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남미의 선거 담당자 11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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