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왜 안되나” vs “너무 통합에 꽂혀” 서로 말끊고 난타전

  • 동아일보

[민주당 경선 첫 토론회]후보 4명 120분간 뜨거운 공방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대선 주자 첫 합동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에 주자들이 자료를 보며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정관용 사회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경기 고양시장. 
국회사진기자단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대선 주자 첫 합동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에 주자들이 자료를 보며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정관용 사회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성 경기 고양시장. 국회사진기자단

“(저는) 연정 수준의 협치를 제안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안희정 충남도지사)

“안 지사가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가 개혁 과제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연정 꾸릴 수 있는 것 아니냐.”(안 지사)

“대화, 타협과 연립정부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문 전 대표)

“그럼 바른정당과는 (연정) 가능한가.”(안 지사)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징표를 아직 찾지 못하겠다. 안 지사가 너무 통합, 포용에 꽂혀 있다고 생각한다.”(문 전 대표)

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 주자 첫 합동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놓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에 불꽃 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서로의 말을 끊을 정도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주장을 펼쳤다.

대연정 이슈에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도 가세했다. 이 시장은 “청산 대상과의 연정은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적폐 청산과 개혁을 향한 길에 저 안희정도 분명히 함께하고 있다”며 “의회에서의 연정이라는 말씀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대연정에 대해 “동네 인간성 좋은 아저씨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상당히 부정적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安-李, ‘文 집중 공격’

문 전 대표는 다른 주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포문은 안 지사가 열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집권은) 정당 기반 집권이 아니라 캠프 조직에 의해 정당과 국정 운영이 주도된다”며 “대선 공약집은 당의 이름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정책 개발을 당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이에 안 지사는 “이 추세로 가면 (문 전 대표의 승리는 당의 집권이 아닌)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재벌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 시장이 “삼성이나 재벌에 대해 편향적이다. 친재벌 후보 아닌가”라고 각을 세우자 문 전 대표는 “재계에서는 좋아하겠다”고 웃으며 답을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재벌의 준조세 16조4000억 원을 없애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이 중 15조 원은 개발에 따른 이익을 얻기 위한 부담금인데 이걸 폐지하겠다는 것은 진심이냐, 착오에 의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는 “준조세라는 걸 오독한 것”이라며 “법정 부담금은 법에 근거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겠느냐”고 답했다.

이 시장은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언급하며 “문 전 대표는 (2014년) 전당대회 전에는 (법안 발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당 대표가 된 다음에는 안 했다”며 “(문 전 대표가) 재벌에 편향적인 후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노동자들의 포럼에 참석해 제 노동 정책을 밝힌 바 있다”며 “친재벌 아니냐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 文-李, “4년 중임제 개헌 지지”

개헌에 대해서도 주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지사는 “개헌의 핵심적 골자는 자치분권 헌법이어야 한다”며 “(중임제, 내각제 등) 의회의 권한과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시장도 “지방분권형 책임총리제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법 처리에 대한 질문에는 네 사람이 한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표와 최 시장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고 안 지사도 “법 위에는 어떤 특권 세력도 존재할 수 없다. 사건을 정치적 봉합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시장은 “퇴임과 동시에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공공 일자리 81만 개’ 공약을 놓고도 맞붙었다. 안 지사는 “공공 분야 일자리만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부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용 부문 예산이 총 72조 원이다”라며 “세금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 일자리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안 지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 점을 위해 공공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 주자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

문 전 대표를 향한 ‘토론 회피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첫 토론회인 만큼 참석자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최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좋은 (방송) 예능은 다 나가시고 나는 (토론할) 기회가 없어서 섭섭했다”며 “예비후보 등록하고 세 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문 전 대표는 “곤혹스러운 질문 없이 아주 재밌는 토론회였다”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토론장을 나섰다. 안 지사는 “점수로 치면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다. 좀 부족했다 싶은 대목도 있지만 그게 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법인세 인상을) 안 한다고 하다가 그런 적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웃었다. 이 시장 측은 “문 전 대표가 너무 원고를 읽더라. 실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신뢰감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첫 토론회를 라디오 토론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본격적인 TV 토론은 탄핵 결정 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토론회는 6일 오전 10시에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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