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찰 없인 추가협상 안할것”
이란 “새 약속 안해, 동결자산 풀어야”
핵사찰 범위관련 구체적 내용 없어
오바마 때 복귀 수준에 그칠 수도
이란-오만 “호르무즈 통행료 논의”
트럼프, 양자컴퓨터 개발 촉진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1, 22일 양일간 스위스에서 가진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회담이 이란에만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이행과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21, 22일 양일간 스위스에서 진행한 첫 고위급 회담이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를 크게 노출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핵능력 억제 및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와 관련된 양측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이란은 명확한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란은 미국이 동결 중인 자산의 해제 등 각종 제재 완화 이행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원유 수출 제재 해제 등 경제적 혜택을 확보한 것을 두고 향후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美-이란, IAEA 사찰 온도 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미래에 걸쳐(무한정!!!) 최고 수준의 핵사찰을 전면적이고, 완전히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핵 정직성(Nuclear Honesty)’을 보장할 것이고, 만약 이란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에도 이란이 대규모 무기 사찰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미 대표단을 이끈 J D 밴스 부통령도 22일 이란과의 협상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IAEA 핵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란에 핵 사찰을 적극 수용할 것을 압박하며, 미국이 회담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국영 매체를 통해 이란이 핵 사찰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IAEA와의 협력은 “기존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만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측 발언이 미국의 공습이 있던 지난해 6월 전까지 허용됐던 제한적 사찰 체계로의 복귀를 의미하는지, 더 광범위한 사찰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IAEA의 사찰을 허용한다고 해도 이를 특별한 성과로 인식하는 건 무리란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 때도 사찰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JCPOA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 사찰의 범위와 방식 등에 대한 추가 로드맵도 나오지 않았다. 핵 사찰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IAEA 사찰단이 단순히 일부 신고 시설에 접근하는 수준인지, 고농축 우라늄 생산·저장 시설과 미신고 의심 시설,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장소까지 접근 가능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필수인데 이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NYT에 따르면 바가에이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전쟁으로 파손된 핵 시설에 대한 사찰단 접근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 美 농산물 구매도 이견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미국이 해제한 동결 자금 일부를 콩, 옥수수 등 미국산 농산물 구입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 돈은 이 나라(미국)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중앙은행은 타스님통신에 “이 돈을 반드시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동결 자산의 사용처는 이란이 자유롭게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22일 미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힌 것도 논란이다. 이란이 핵 사찰 등에 적극적인 협조 입장을 안 밝힌 상황에서 미국이 성급하게 선(先)보상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란이 제재 해제로 확보한 수익을 군사력 재건이나 중동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지원 등에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패닉에 빠진 네타냐후
한편 미국과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레바논 충돌 방지 체계’ 수립에 합의하자 종전에 부정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22일 채널12방송 등 이스라엘 언론들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그는 새 체계 도입으로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고,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무력화 작업 등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위해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의 철수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오만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관리와 해상 서비스 제공 및 관련 요금 부과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른바 해협 통행료 부과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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