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2배 ETF’ 어제 25% 폭락… 수수료에 증권사만 배불려

  • 동아일보

검은 화요일… 코스피 ‘역대 최대’ 910P 폭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12% 급락
레버리지 ETF 투자자 손실 급증
‘증시 변동성 키우는 뇌관’ 지적 나와
수수료 일반 ETF보다 최대 5배 비싸
높은 회전율에 증권사 막대한 수입

8200선까지 밀린 코스피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약 10% 급락하며 단숨에 8,200 선까지 밀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 넘게 하락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200선까지 밀린 코스피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약 10% 급락하며 단숨에 8,200 선까지 밀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 넘게 하락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3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10% 하락하며 8,200 선까지 밀렸다. 포인트 기준 하락 폭이 사상 최대인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8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두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평균 약 25% 떨어지며 개인들의 공포도 커지는 모양새다.

● 삼전·하닉, 18년 만에 최대 폭 하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떨어진 8,203.84로 마감했다. 하락 폭은 코스피 역사상 최대, 하락률은 역대 다섯 번째로 컸다. 외국인과 기관이 4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8조5000억 원 순매수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에서는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이로써 올해 들어서만 매도 사이드카가 27회 발동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6회)을 넘어섰다. 극심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오후에는 올해 네 번째 서킷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SK하이닉스(―12.47%), 삼성전자(―12.31%), 삼성전기(―10.68%) 등 정보기술(IT) 대형주들의 하락 폭이 컸다. SK하이닉스는 2008년 12월 24일(―12.73%), 삼성전자는 같은 해 10월 24일(―13.7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재조정) 부담이 부각되며 차익 실현 물량이 대거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발표를 앞두고 투자 심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돼 유동성이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 때 2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16개의 주가도 전일 대비 평균 25.05% 하락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선보였다.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수요를 국내로 끌어오고 해외로의 자금 유출을 막아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다.

● “대외 불확실성에도 정부가 개인 투기 부추겨”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주고 국내 증시를 키우는 순기능이 있지만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시 직후부터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면서 증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의 총 거래 대금은 190조4839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 대금(999조8758억 원)의 19.1%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초단타’ 거래를 반복하며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이 ETF의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주식 손바뀜이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지표)은 122.5%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 주식 회전율(1% 미만)과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회전율(30.2%)을 크게 웃돈다.

정부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 시점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출신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큰데 굳이 지난달 27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리하게 상장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데도 해당 ETF를 판매하는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상품의 운용 수수료는 연 0.6∼1.0% 수준으로 일반 ETF보다 3∼5배가량 비싸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상품의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플레이어(시장 참여자)는 실익이 없고 관리·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부분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5월 27일(상장일) 이후로 (수수료는) 약 500억 원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과하게 투자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미국 ETF 운용사 렉스파이낸셜의 오기석 아시아 부문 대표는 “레버리지 ETF는 단기 매매에 적합하며 미국 투자자들의 평균 보유 기간도 2∼5일 안팎에 불과하다”며 “자산의 20% 이내만 단기로 투자하길 권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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