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첫 대면협상 결렬]
美 공습에 ‘민간인 대거 희생’ 부각
항공기 이름도 지명 따 ‘미나브-168’
대표단 전원 검은색 정장 착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정 사진, 불에 그을린 책가방, 꽃 등이 놓인 이란 협상 대표단 탑승 항공기 내부 모습. 이란 협상단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10일(현지 시간) 파키스탄으로 향하면서 이를 살펴보고 있다. 이란 측이 협상을 앞두고 민간인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이 사진을 공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갈리바프 X
이란의 종전 협상단은 10일(현지 시간)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중재국 파키스탄으로 가는 항공기에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초등학생 168명의 영정 사진과 유품 등을 실었다. 또 이란 협상단 71명은 희생자 애도의 의미로 모두 검은색 정장을 착용했다. 이란 일간 테헤란타임스 등은 “이란 협상단이 이번 전쟁으로 이란 민간인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하고, 협상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함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협상이 시작되기 직전 X를 통해 자신이 탑승했던 항공기 내부의 모습을 공개했다. 갈리바프 의장이 탑승한 기내의 좌석에는 아이들의 영정 사진과 그을린 책가방, 꽃 등이 놓여 있었다. 테헤란타임스는 “아이들의 피 묻은 책가방과 파괴된 교실 잔해 밑에서 수습한 개인 소지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사진과 함께 “이번 비행의 내 동반자들”이라는 문구와 ‘미나브168(Minab168)’이라는 해시태그도 올렸다.
미나브168은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첫날인 2월 28일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초등학생 168명을 의미한다. 당시 미국 측은 이 학교 건물이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 시설인 걸로 파악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 측은 해당 공습으로 초등학생과 별도로 교사 14명도 함께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의 공습으로 대규모 민간인들이 사망한 것을 놓고 국제 사회에서 비판이 커지자,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공습 책임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국의 폭격 예비조사 결과 등을 인용해 해당 공격이 미군의 표적 설정 오류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두고 이란은 “미군의 민간인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고 크게 반발해 왔다. 주한 이란대사관 역시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학교 폭격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헤란타임스도 이날 “미국에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공개적인 책임 추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이번에 이란 협상단이 탑승한 항공기에도 ‘미나브-168’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매체는 “이란은 해당 항공기를 ‘미나브-168’이라고 부름으로써 외교와 과거의 기억, 협상과 정의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단이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파키스탄에 도착한 것을 두고 NYT는 이란 초등학교 폭격 사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이란 관리들이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애도의 표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정장과 셔츠를 입고 이동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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