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2주간 휴전]
이란, 식량-원유 순서로 내보낼듯
‘병목’ 해협 통과에도 시간 걸려
유조선 7척 귀환땐 1400만배럴 숨통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던 선박 2400여 척이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발이 묶여 있는 선박이 너무 많은 데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어 호르무즈 ‘탈출’을 위한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7일(현지 시간) “2주 동안 이란군과의 협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그리스 소유의 벌크선 등 선박 2척이 해협 통과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발 묶인 선박들이 즉각 탈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배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일종의 ‘번호표’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식량, 가축 사료 등 생활필수품을 실은 배를 최우선으로 통과시키고, 이어 원유운반선 등 에너지 수송선에 차순위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통과 승인을 받더라도 이들이 앞다퉈 좁은 해로를 통과하려고 할 경우 극심한 병목현상이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운·물류 데이터 분석업체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 기항 중이거나 대기 중인 배는 총 2400척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형 원유운반선(VLCC) 및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에너지운반선이 1000척 이상이다. 벌크선(곡물, 광물 등을 운반하는 선박) 580척, 컨테이너선이 420척 등이고 자동차 운반선도 100여 척 갇혀 있다.
평상시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선박 통과량은 약 130척이지만 휴전 기간인 2주 동안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수의 선박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관련 기관과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2주 동안 하루 100척씩 빠져나오더라도 페르시아만에는 1000척가량의 선박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자국 에너지 수송선을 먼저 빼내기 위한 ‘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관련 선박도 총 26척 갇혀 있다. 이 중 유조선은 9척이며, 국내 정유사의 유조선은 7척으로 파악됐다. 이들 7척은 모두 한 척당 최대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할 수 있는 VLCC다. 이 배들이 모두 해협을 빠져나온다면 약 2주 후 한국은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인 1400만 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는 “정부는 우리 선박의 통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선사와의 협의 및 관련국과의 소통을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통항 방식과 조건에 대해선 관련국과의 소통을 통해 면밀히 파악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통항 방식이나 조건 등 세부 사항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해협이 정말 열린 건지, 안전한 건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도 변수다. 또 해협에 묶인 한국 선박 26척의 통항을 위해 이란 측이 각국과 개별 협의에 나설 경우 이에 응할지 여부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국회 질의에서 “현재로서는 통행료 지급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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