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IS, 현장에 목표 할당량 지침
“귀화 과정 거짓말-허위기재 살필것”
중간선거 지지층 겨냥 강경 反이민
불법이민자 거칠게 연행 15일 미국 북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땅바닥에서 질질 끌며 연행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자에 대한 대대적인 시민권 박탈 조치에 착수했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정책으로,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규합을 위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미 시민권·이민국(USCIS)은 현장 사무소들에 “앞으로 매달 시민권 박탈 사건 100∼200건을 미 법무부 이민소송국(OIL)에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USCIS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은 미 법무부는 연방검사에 사건을 배당해 기소 절차를 밟는데, USCIS가 목표 할당량을 채우면 시민권 박탈 사건이 최대 180배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년간 미 법무부는 연평균 약 13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기소했다.
매슈 트레이게서 USCIS 대변인은 “우리가 ‘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법무부와 협력해 귀화 과정에서 거짓말이나 허위 기재를 한 사실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한 시민권 박탈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난달 워싱턴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영주권자가 주방위군 2명을 향해 총격을 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시민권을 취득하고 있다. 이들의 시민권을 뺏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조치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등 19개국 출신의 귀화 절차를 중단하는 등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엔 1967년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사기를 저지르는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민권 박탈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소한 실수를 한 사람도 박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브레넌정의센터의 마지 오헤런 선임연구원은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이민당국에 무리한 조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적(政敵)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간다 출신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시민권 박탈을 위협한 바 있다. 미국 태생인 아일랜드계 진보 성향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을 향해서도 같은 압박을 가했다.
현재 미국인의 약 7.6%(약 2600만 명)는 외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 국적을 나중에 취득했다. 제1, 2차 세계대전과 1950년대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인 매카시즘 광풍을 거치며 미국인 2만2000여 명이 시민권을 뺏겼으나, 1967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정치적 이유에 따른 시민권 박탈에 제동이 걸린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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