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뒤끝? 베네수엘라, 주노르웨이 대사관 돌연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4일 16시 56분


마두로 대통령 ‘정적’ 마차도 수상에 불만 표시한 듯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하원의원이 2014년 12월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법무장관실 밖에서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그녀는 권위주의가 계속되는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 투쟁을 주도한 공로로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5.10.10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하원의원이 2014년 12월3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법무장관실 밖에서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있다. 그녀는 권위주의가 계속되는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 투쟁을 주도한 공로로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5.10.10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야권 지도자의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주노르웨이 대사관을 전격 폐쇄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국가의 자원을 최적화하고 외교분야에서 국가적 존재감과 전략을 재정의하기 위해 조정 및 재배치를 단행한다”며 “이에 따라 유럽 및 오세아니아 지역의 재외공관을 재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호주의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폐쇄되고 부르키나파소와 짐바브웨에 대사관이 새로 설치된다.

이날 노르웨이 외교당국은 AFP통신에 “오슬로에 있는 주베네수엘라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통보를 베네수엘라 측으로부터 받았다. 그 이유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외교부 대변인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노르웨이는 베네수엘라와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사관 폐쇄 조치는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마차도는 야권 지도자로,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1999∼2013년 재임)과 현 마두로 대통령의 좌파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20년 넘게 민주주의 운동을 펼쳐왔다. 마차도는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미국과 밀착했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출마를 금지당했고 이후 1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 대선 전 마차도 등 야당 정치인들에게 식사를 판매한 상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야권 세력을 노골적으로 탄압했다. 마차도는 마두로 집권 기간 친정부 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사관 폐쇄를 최근 카리브해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과 맞물려 해석하기도 한다. 대사관 폐쇄 대상국인 호주와 노르웨이가 미국의 동맹국인 반면, 대사관이 신설되는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는 베네수엘라처럼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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