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 번 쯤 인터넷에 난리가 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2025년 인터넷을 집어삼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데헌’ 열풍을 조명했다. 특히 자녀보다 부모들이 케데헌에 더 열광하고, ‘골든’ 등 수록곡에 빠졌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케데헌을 시청하면서 부모와 자녀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22일(현지 시간) NYT는 ‘케데헌 현상’을 다룬 기사에서 최근 미국 부모들이 케데헌 덕분에 “과거 보이 밴드와 걸스룹의 황금기를 다시 경험하고 있다”며 “다만 예전처럼 야광봉을 들고 춤을 추는 대신 (자녀를 위해) 주스가 담긴 박스들을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엔칸토’와 ‘겨울왕국’ 같은 디즈니 작품들이 달성한 문화적 영향력에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레스트에 사는 실비아 크루즈 씨(41)는 처음에 자녀들이 보는 만화의 제목에 ‘데몬(악마라는 뜻)’이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제목에는 ‘케이팝’이라는 단어도 있어서 “뭐라고?” 했다고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케데헌이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크루즈 씨는 최소 12번을, 그의 자녀들은 30번까지 시청했다. 케데헌을 안 보는 시간에는 케데헌 노래를 듣고 있을 정도로 빠졌다고 한다.
보통 인기를 끈 만화나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데 케데헌 오히려 시청자가 늘어나 ‘역주행’을 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케데헌이 공개된 그 주에 10위권에 들었고, 이후 7월 말에는 시청 시간이 거의 4배인 9억4900만 분까지 늘었다.
NYT는 “이 기현상은 아이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부모들도 열광한다. 자녀 이상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케데헌을 본다”고 전했다. 한 40대 부모는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로 보이 밴드와 걸그룹의 황금기에 자랐다. 말하자면 엔싱크, 백스트리트보이즈, 데스티니의 세대”라며 “케데헌의 과장된 안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중독성 강한 노래 후렴구는 우리 안의 ‘90년대 크라켄’을 다시 깨우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라켄은 전설의 바다괴물을 뜻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사자보이즈. 넷플릭스 제공뉴저지주 클리프턴에 사는 멜리사 자로 씨는 9살, 7살 두 딸을 뒀다. 그는 케이팝을 잘 몰랐는데 아이들과 함께 케데헌을 시청하면서 유대감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 딸이 케데헌의 피아노 연주를 배울 동안, 그는 지하실에서 케데헌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NYT는 “모든 위대한 대중문화 현상들처럼, 케데헌 현상은 이미 그 자체로 생명력을 얻었다”며 “밈, 밈, 수없이 많은 밈이 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처음에는 케데헌을 비웃던 부모들이 나중에는 완전히 빠져든 모습을 담은 영상을 사람들이 온라인에 잇달아 올렸다”고 전했다.
NYT는 케데헌의 수록곡인 골든, 유어 아이돌, 소다 팝 등이 빌보드 톱10 차트에 오른 사실을 전하면서 “케데헌의 인기는 전 세계, 특히 미국에서 케이팝 팬덤의 성장과 한국의 문화 콘텐츠 수출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최신 지표”라고 전했다.
케이팝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국 제작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차트를 휩쓸며 인기몰이 중이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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