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2명 MAGA 주도권 갈등
전문직 이민 등 사사건건 충돌… 트럼프 중재도 안통해
“머스크는 기생충 불법 이민자다.”(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배넌은 말뿐이고 행동하지 않는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겸 정부효율부 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 주도권을 놓고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 머스크와 ‘트럼프 책사’ 배넌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둘을 중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9일 보도했다.
배넌
최근 배넌은 머스크를 거듭 비판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26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각료회의에서 자신이 주도하는 연방정부 구조조정 등을 통해 “1조 달러(약 1450조 원)를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배넌은 7일 자신이 진행하는 강경 보수 성향의 팟캐스트 방송 ‘워룸(War Room)’에서 “(감축의) 구체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되레 민주당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1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돈을 줄이는 게 쉽지 않고, 이 목표를 달성 못 하면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말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취업비자 ‘H-1B’의 필요성을 두고도 충돌했다. 배넌은 마가의 반이민 정책에 따라 H-1B를 폐지하자고 외쳤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전문직 기술 이민은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머스크당시 머스크는 전문직 이민 허용을 위한 “전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배넌은 “H-1B는 미국 시민을 희생시킨다. 사기”라고 비판했다.
배넌은 과거 NYT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그와 나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고도 했다. 세계 최대 부호인 머스크의 이해관계가 서민, 중산층 출신의 평범한 공화당 지지층과 상당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배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첫해인 2017년 1∼8월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내며 반(反)이민, 반무슬림 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NYT, 포린폴리시(FP) 등이 ‘진짜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닌 배넌’이라고 했을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다만 이처럼 튀는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 참모들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백악관을 떠났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자 ‘부정 선거’를 외쳤고 다시 대통령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워룸’을 통해 강경 보수 세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넌이 머스크를 적대시하는 이유를 개인적 야심 때문으로 본다. 미 정계 일각에서는 그가 2028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달 보수 단체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실시한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모의투표에서 배넌은 J D 밴스 부통령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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