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 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자국의 광물 자원 분포가 그려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15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제공받는 대신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절했다. 사진 출처 젤렌스키 대통령 ‘X’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지분 50%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거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이 제안이 미국의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며 자신이 협상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서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신속한 ‘종전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의 입장만 중시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희토류와 미국의 안보 보장을 교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희토류의 50%를 보장받으면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이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존재할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군사 지원 대가로 희토류를 요구했으며 미국의 안보 보장 약속은 없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직 고위 관리 역시 미국의 이번 제안을 두고 “식민지 협정”이라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희토류 채굴이 이뤄진 후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뉴욕 법원이 관할할 것이라는 점에도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FT에 “이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라며 “힘들다”고 토로했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인자인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에 빠른 종전을 압박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트럼프)이 나타났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뜻을 따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15일 이 회의에서 키스 켈로그 백악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 협상에 유럽 주요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켈로그 특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 주요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역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군을 창설할 때가 왔다”며 유럽 주요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15일 AFP통신은 향후 며칠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3자 회동’이 열린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불참한다고 전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참석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한편 친(親)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섀힌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국 비무장지대(DMZ)처럼 우크라이나에도 다국적군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