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수도 키토의 한 투표소에서 대선 투표를 마친 후 투표소를 떠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연임에 도전하는 다니엘 노보아 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패한 좌파 시민혁명운동(RC)의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가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키토=AP 뉴시스
9일(현지 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 결과 ‘철권통치’로 범죄에 강경 대응을 천명한 현직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38)의 재선이 유력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후 5시에 종료된 대선 출구조사 결과 노보아 대통령은 50.1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노보아 대통령이 투표 과반을 확보할 경우 바로 재선이 확정되며, 과반을 넘지 못하더라도 4월 13일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에콰도르의 대표 무역 상품인 바나나 재벌 집안 출신이다. 18살 때 아버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등 ‘금수저’ 경영인 수업을 받아왔고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정계에는 2021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인지도가 높지 않았지만, 2023년 전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사퇴한 뒤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젊고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몇 년간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마약 갱단의 창궐로 악화한 사회 위기에 변화를 바라는 민심, 청년 유권자 비중이 큰 인구 지형 등이 작용했다.
6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의 등신대를 든 지지자가 그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에콰도르 대선 에콰도르 국민들이 2월 9일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키토=AP 뉴시스취임 이후 노보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을 동원한 강경 진압으로 대응해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일명 ‘마약왕’ 호세 마시아스가 탈옥하고 6개 교도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60일간 계엄을 선포했다. 3개월 뒤 국민투표를 통해 군·경의 권한을 확대해 장병들을 거리에 배치했고, 곧 “내부 무력 충돌 사태”를 주장하며 5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대받은 몇 안 되는 남미권 국가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위협하자, 곧이어 이달 3일 “에콰도르 산업 발전 및 공정한 대우 보장”을 내세워 멕시코산 상품에 27% 관세 부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 우려도 제기된다. AP통신은 노보아 대통령이 ‘초법적 권력 행사’를 정당화하며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콰도르 선거법상 대선 기간에 대통령은 부통령에 권력을 이양해야 하지만, 노보아 대통령은 통치와 선거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저항했다. 지난해 4월에는 멕시코 대사관을 습격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통령을 체포해 국제법 위반 논란도 일으켰다.
‘보여주기식’ 강경 대응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보아 대통령 당선 후 일시적으로 감소한 살인사건 발생률도 지난해 중반부터 다시 상승세다. 지난달 26일까지 집계된 1월 사망자 수는 658명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안정한 국내 상황으로 이민자의 수도 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2년~2018년 매년 평균 3600명의 에콰도르인이 미국 남부 국경에서 구금됐는데, 지난해에만 약 12만2000명이 횡단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NYT는 “그의 강경한 통치가 단기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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